[책의 향기]25년간 여행하며 수집한 세상과 그 시대의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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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수집가의 여행/앤드루 솔로몬 지음·김명남 옮김/760쪽·2만5000원·열린책들

“이웃을 사랑하기란 어렵고, 적을 사랑하기란 더 어려우며, 후자는 실제로 가끔 부주의한 판단이다.”

“자유는 자칫 퇴색하기 쉬운 개념이다. 자유 덕분에 오히려 엄격한 이데올로기를 고수하는 선택지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명언 노트라도 하나 사야 할까. ‘경험 수집가의 여행’은 최근 몇 년 사이 읽은 책 가운데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문장들이 가장 뻔질나게 튀어나온다. 일상생활에서 들었다면 느끼했을지도 모를 이런 글귀를 세련되고 유려하게 엮다니. 일단 저자의 펜에 경배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임상심리학과 교수인 그는 원래 저널리스트로서도 방귀깨나 뀌는 인물이다. 실은 이 책도 뉴욕타임스와 뉴요커, 에스콰이어 등 여러 매체에 실었던 글 가운데 엄선했다고 한다.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를 돌며 겪은 기록들은 쫀득쫀득하면서도 싱싱한 날것의 냄새가 물씬하다.

뭣보다 ‘경험…’은 한가한 여행 후일담과는 결이 다르다. 저자는 여행이란 직접 체험이 담겼기에 관광보다 윗길이라고 했지만, 그보다는 르포라고 봐야 옳을 듯하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저자가 놓치지 않는 대목이 바로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15년 국내에도 출간했던 ‘부모와 다른 아이들’(열린책들)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취재와 따스한 인간애를 다시 한번 만끽할 수 있다. 묵직하기 이를 데 없었던 심층보고서 ‘부모와…’와 달리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고 가벼운 맘으로 접근할 수 있단 매력은 덤.

다만 한계도 살짝 엿보인다. 25년간 다양한 언론에 썼던 기사를 모으다 보니 아무래도 ‘도도히 흐르는 굵은 강줄기’는 흐릿하다. 게다가 1988년의 소련과 2015년의 호주는 변해버린 저자의 나이와 환경만큼이나 동떨어진 분위기인 것을. 물론 이런 아쉬움을 메워주는 지성과 문장력이 있긴 하다. 어쨌거나 이번 기회에 서재에 좋아하는 작가 이름을 또 하나 추가하시길. 그만한 ‘솔로몬의 지혜’가 없어 보인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경험 수집가의 여행#앤드루 솔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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