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협상 타결… 年 50억~80억 추정
“통신사 망투자 과실 독식” 여론 부담… 업계-정치권 “구글-넷플릭스도 내야”
미국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SKB)에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페이스북과 함께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 넷플릭스 등 다른 해외 기업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SKB는 2년 넘게 끌어온 망 이용 대가 협상을 이달 24일 타결했다. 두 회사는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IT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SKB에 연간 50억∼80억 원을 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B는 망 이용 대가를 받는 만큼, 국내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사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전용 서버 등 인프라를 증설할 예정이다.
망 이용 대가는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등 용량이 큰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기업(CP)이 SKB와 같은 인터넷망 서비스 기업(ISP)에 내는 비용을 말한다. CP의 서비스 트래픽에 따른 망 유지, 증설 비용을 ISP와 함께 부담한다는 취지다. 일반 소비자처럼 정액 방식의 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CP와 ISP의 개별 협상으로 책정된다. 국내 1위 포털 기업인 네이버는 한 해 700억 원이 넘는 망 이용 대가를 SKB와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ISP에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도 연 200억 원이 넘는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1800만여 명의 국내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그동안 KT에만 일정 비용을 내왔다. 2016년 상호접속(다른 통신사 회선 간 접속)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SKB와 LG유플러스도 페이스북에 망 이용 대가를 요구했지만 페이스북은 이를 거부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SKB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경로를 홍콩과 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일방적으로 변경해 속도 저하 등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ISP로서는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못해도 가입자를 위해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품질 저하를 방치할 수 없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국내 통신사가 망 투자를 하면 그 과실(수익)은 해외 CP가 독식한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해외 CP와 국내 ISP간 망 이용 대가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관련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페이스북의 계약 타결은 이 같은 여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신기업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SKB의 이번 계약으로 인터넷망 ‘무임승차’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른 해외 거대 CP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T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이 폭증하는 만큼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TV(IPTV) 입점을 계기로 넷플릭스용 별도 서버를 설치했다. 하지만 다른 통신사들은 별다른 대가 없이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통신망 용량을 최근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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