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한우신]열린 광장,닫힌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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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사회부 기자
한우신 사회부 기자
월요일인 21일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후 일주일 내내 서울시와 정부 부처들은 대립했다. 청와대 및 정부와 한뜻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는 서울시 설명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당선작을 발표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접 연사로 나서 국가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시민에게 열린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핵심 비전을 밝혔다. 광장 크기는 지금의 3.7배로 커지고 GTX역과 함께 거대한 지하공간이 조성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발표 당일 GTX역 조성 계획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예산을 전부 부담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연히 GTX역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생각을 알고 있었다면 국토부는 “앞으로 서울시와 잘 협의해나가겠다”고만 해도 될 일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의문이 더 커진 건 이틀 후인 23일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예고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설계안대로라면 현재 행안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가 공공건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서울청사 건물 및 부지에 대한 계획은 서울시와 합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서울시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서울시는 당혹스러워했다. 정부서울청사 터를 어떻게 할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기본 계획에 포함된 사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도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인데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행안부에도 이유는 있었다. 협의가 끝나지 않은 사안을 서울시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발표 자료에 ‘정부서울청사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한 줄만 넣었으면 될 일이었다”고 했다.

양측의 갈등은 24일 서울시와 행안부가 잘 협의해나겠다고 발표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25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거냐”며 불편해했다. 박 시장 역시 그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장관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시와 정부 부처 간의 갈등 표출은 공모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해당 부처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는 게 발단이다. 멋진 광장을 만들겠다는 대의만 보다가 소통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서울시 설명대로 “뜯어보면 별것 아닌 일”임에도 갈등이 불거졌다면 애초에 왜 막지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서울시가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협의 없이 일을 추진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세운지구 재개발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만 봐도 그렇다.

서울시에 따르면 새 광화문광장은 2021년 5월경 완공한다. 예정대로라면 그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아 대선을 치른다. 새 광화문광장 조성에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국민도 기자와 같은 생각일지는 박 시장 하기에 달렸다.
 
한우신 사회부 기자 hanwshin@donga.com
#gtx역#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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