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조해주 임명 강행에 의원들 5시간 30분씩 ‘단식 투쟁’
조장격인 ‘책임의원’ 정하기도… 국회 안팎서 “웰빙단식 하나” 조롱
한국당 ‘릴레이 농성’으로 표현 바꿔
자유한국당이 24일부터 야심 차게 시작한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으로 되레 홍역을 치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불거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하자 선택한 대여 투쟁이 희화화되고 있는 것. 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 계단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서 9일간 하루 2개 조가 돌아가며 5시간 30분씩 식사하지 않는 것을 단식 투쟁이라고 명명했다. 단식 조장 격인 ‘단식 릴레이 책임의원’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선 “간헐적 단식 아니냐” “웰빙 단식” 등의 말이 나왔다. 실제로 가장 최근엔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지난해 12월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열흘간 단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용 5시간 30분짜리 단식에 ‘세끼 챙겨 먹는 단식도 있느냐’ 등 말이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서 “한국당 단식 시간이 5시간 30분이다. 그럼 난 매일 단식을 세 번씩 한다”고 했다.
한국당과 종종 공조하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이번엔 외면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은 “단식 농성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고, 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정치가 안 되니 개그로 승부를 보려는 수작”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6일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 용어를 쓴 것이 조롱거리처럼 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유감”이라며 “원래는 한 분이 종일 단식하는 형식을 하려다 의원들이 지금 가장 바쁠 때라서 2개 조로 나눴다”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어처구니없는 투쟁으로 국민에게 제1야당의 역할이 각인이 되겠느냐”고 했다. 이재오 상임고문도 페이스북에 “대여 투쟁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을 바쳐야 한다”며 “5시간 30분은 누구나 밥 안 먹는데 무슨 릴레이 단식이냐. 비대위나 원내대표단이나 정신 좀 차리세요”라고 했다. 결국 한국당은 27일 명칭에서 ‘단식’을 빼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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