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연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대사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 카운터파트로 내세운 것은 “실무협상을 어렵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이 원하는 실무회의를 시작하면서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차관급)보다 북한 대표의 급을 낮춰 ‘복잡하고, 권한 적은 회의’를 이어가는 지연술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에는 미국과의 실무협상은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은 김 전 대사의 투입을 효과적인 실무급 협상이 되지 못하도록 더욱 저항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6일 전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북한은 비건 대표보다 최선희 부상을 더 고위급 인사로 보고 있으며 김 전 대사를 비건 대표와 맞는 급의 관리로 확인했다”면서 “(북한 대표의) 급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 부상은 평화체제, 김 전 대사는 군축협상으로 역할을 나눠 비건 대표를 상대하며 협상을 복잡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혁철이 갑자기 부상하면서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전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당국자는 “아직 최선희와 김혁철의 역할 분담 등에 대해선 더 파악해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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