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월 7일 개봉 ‘콜드 워’
냉전시대 배경 두 남녀의 로맨스… 올해 아카데미상 3개부문 후보작
가장 차가운 곳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이 피었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콜드 워’는 냉전이라는 시대적 공기 속에서 사랑을 이어가는 남녀를 흑백 화면에 담았다. 미장센이나 사랑의 서사, 시대적 배경 모두 고전적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세련됐다.
1949년 가난을 탈출하고자 폴란드 민속음악단 ‘마주르카’에 입단한 줄라(요안나 쿨리크)는 그곳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빅토르(토마시 코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공산권 선전 수단으로 이용된 ‘마주르카’에서 빅토르는 줄라가 음악단 입단 조건으로 그의 사상과 행적을 상부에 보고한다는 사실을 알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자칫 뻔할 수 있는 로맨스지만 폴란드 민속음악과 프랑스 재즈를 얹어 찬란하게 빛난다. 음악을 매개로 둘은 수차례 재회하며 사랑이라는 이상과 이데올로기 대립에 놓인 현실의 경계를 진동한다. 1954년 파리 재즈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빅토르에게 줄라가 찾아온다. 폴란드에서 성공한 가수가 돼 결혼까지 한 줄라와 빅토르는 또다시 서로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린다.
줄라가 빅토르를 처음 만난, 민속음악단 입단 면접에서 부른 ‘심장’은 재즈의 선율을 만나 전혀 다른 노래로 재탄생했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하나가 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줄라가 내뱉는 ‘심장’의 가사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없으니까”가 구슬프게 들려온다. 감독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는 부모님의 40년 사랑 이야기로부터 둘의 사랑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둘을 바라보는 감상적 시선은 흑백의 화면 대비를 통해 힘을 얻는다. 제87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다’(2015년)에 이어 감독은 흑백 화면과 4:3 화면 비율을 고집했다. 프레임 중심에서 인물을 멀리 떨어뜨린 구도는 두 남녀의 공허함과 쓸쓸함을 담는다. 그는 “1950년대 폴란드는 전쟁으로 파괴됐다. 실제 삶을 선명하고 강렬한 색으로 보여주려 했다면 완전히 거짓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재즈로 편곡한 ‘심장’의 “시계추가 시간을 죽였네”라는 가사처럼, 둘의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파리에서 이별한 뒤, 빅토르가 10년 전 둘이 처음 만났던 폴란드로 찾아가면서 사랑이 완성된다. 차갑고 시린 얼음 위에 피어났기에 둘의 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8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도 군더더기 없이 압축적이다. 제71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자 제91회 아카데미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작. 15세 관람가. ★★★★(★ 5개 만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