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상 받은 여성작가 2인, SF 소설 나란히 국내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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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 K 제미신 ‘다섯 번째 계절’… 中 하오징팡 ‘고독 깊은 곳’
매혹적 문체-기발한 상상력 발군

독특한 세계관에 현실을 버무린 공상과학(SF) 소설이 나란히 국내에 출간됐다.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 N K 제미신의 ‘다섯 번째 계절’(황금가지)과 중국 작가 하오징팡의 ‘고독 깊은 곳’(글항아리)이다. 그간 SF계에선 비주류 대접을 받았던 여성 작가들이 ‘SF의 노벨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은 작품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다섯 번째…’는 전 시리즈가 휴고상을 받은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첫 작품. 배경은 수세기마다 대륙이 완전히 재구성되는 ‘다섯 번째 계절’을 겪는 초대륙이다. 이야기는 에너지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조산력(造山力)’을 지닌 소수종족 ‘오로진’이 이끌어간다. 사회적 핍박을 피해 숨어 살던 오로진 세 여성이 모험을 떠나는 여정과 현실의 인종, 계급 문제가 겹쳐진다. 방대하지만 힘 있는 서사에 치밀한 심리묘사, 매혹적인 문체를 모두 잡은 수작.

이 작품은 2016년 아프리카계 여성의 첫 휴고상 수상으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인종 역차별 특혜’라는 근거 없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당시 작가 제미신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일침을 날렸다. “다른 휴고상 수상자와 마찬가지로 매우, 매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상을 받았다!”

‘고독…’은 하오징팡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중단편 소설을 묶었다. 휴고상 수상작인 ‘접는 도시’를 비롯해 ‘현의 노래’ ‘곡신의 비상’ 등 10개 작품이 실렸다.

대표작 ‘접는 도시’ 배경은 미래의 베이징. 부족한 공간과 자원을 알뜰하게 쓰기 위해 3개의 계층이 돌아가며 도시를 이용한다. 상류층인 1공간은 24시간, 중산층인 2공간은 16시간, 최하위층인 3공간은 8시간씩 지표면을 차지한다.

1공간 속 사람들은 조금 일하고 많은 돈을 벌지만, 3공간 사람들은 1공간 사람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종일 치우고도 쥐꼬리만 한 월급만 손에 쥔다. 계급 불평등의 모습을 시공간의 개념으로 구체화했다. 최하위층 3공간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라오다오가 딸의 유아원 비용을 마련하려고 1공간으로 잠입하는 과정이 소설의 큰 줄기.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있을 법한 미래를 정확한 과학지식과 기발한 상상력, 날카로운 현실인식으로 버무린 점”을 작품의 미덕으로 꼽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n k 제미신#하오징팡#sf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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