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기지수’ 10년 만에 최저, 성서산단 곳곳엔 임대 현수막
“내수경기 침체-인건비 상승 원인”
25일 오후 대구 최대 공업지역인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성서산단)에 들어서자 주요 교차로와 전신주 곳곳에 달린 ‘공장 임대’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임대한다는 공장은 총면적이 작게는 330m²부터 크게는 1만 m²까지 다양했다. 이런 내용을 증명하듯 주변에는 문이 굳게 닫힌 공장들이 늘어섰다. 하지만 매물만 잔뜩 있을 뿐이다. 이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은 “경기 침체로 공장 매물은 쌓이는데 찾는 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3.3m²당 450만 원하던 공장용지를 350만 원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팔리지 않는다. 2, 3년 전에 비해 거래 자체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구 경북의 경기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각종 경기지표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기업들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지역 경제계는 내수경기 침체와 수도권 규제 완화,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구 지역 기업 2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분기(1∼3월) 대구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51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20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제조업 BSI 전망치인 48 이래 10년 만의 최저치다. BSI는 기업가가 보는 향후 경기 동향을 지수화한 것으로 단기 경기 예측 지표로 활용된다.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높으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올해 경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내(對內) 리스크(복수 응답)에 대해 기업 10곳 중 7곳은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73.7%)와 고용노동환경 변화(72.7%)를 꼽았다. 대외 리스크로는 보호무역주의(46.1%)와 중국경제 성장세 둔화(34.9%) 순이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최근 펴낸 보고서 ‘대구 경북 지역 제조업 생산성 분석 및 정책과제’에서도 대구 경북의 2009∼2017년 제조업 생산지수 연평균 증가율은 ―1.7%로 전국 평균(3.1%)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서산단의 지난해 4분기 가동률은 70.2%로 2017년 1분기(73.3%)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성서산단의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A사 관계자는 “올 매출이 예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여 부서마다 회식비 같은 일반경비를 절반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구 염색공단의 섬유 염색가공업체 B사도 생산직 직원의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 줄이고 30만 원씩 지급하던 명절 떡값도 없앴다. B사 대표는 “경기 침체로 주문 물량은 계속 줄어드는데 인건비 부담은 커져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임규채 경제동향분석팀장은 “대구 경북은 제조업의 가치사슬로 볼 때 제품 소재나 원재료를 공급하는 후방산업이 주로 포진해 있어 경기 침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기업들이 내수 위주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지방자치단체는 앵커기업(선도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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