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교대역 부근의 한 가전양판점 주차장과 국립중앙도서관 뒷골목의 한 식당은 검찰이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 수사를 할 때 접선 장소로 즐겨 이용하는 곳이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피의자에게 청사 밖에서 검사나 수사관 차량으로 ‘픽업’하는 특별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사에 협조를 요구하는 식이다. 거꾸로 언론을 속이는 수단으로 포토라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정치자금 사건 수사에 몰래 협조한 인사를 조사하면서 ‘너무 빨리 나가면 자백했다고 의심을 받는다. 시간을 더 끌다가 지친 표정으로 나가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포토라인을 수사 목적으로 이용해온 관행을 인정했다. 그는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만들지 못하도록 “검찰에 누구를 언제 부르는지 미리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할 말이 있는 사람은 포토라인이 없어도 기자를 찾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워두고 뻔한 질문을 던지며 “죄송하다”는 알맹이 없는 답을 듣는 것은 ‘망신주기’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옳은 말이다. 이는 포토라인의 운용자인 언론계도 함께 고민할 문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공개 소환이 원칙이 돼도 포토라인은 검찰에 유용한 무기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조사 도중 언론에 몰래 흘려서 청사를 나갈 때 포토라인에 맞닥뜨리게 할 수 있다. 또 그런 일을 빌미로 피의자를 압박할 수 있다. 포토라인으로부터 피의자의 명예를 제대로 지켜주려면, 검찰이 과거에 몇몇 특별한 피의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더 확실한 보호조치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 장관의 지시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청 앞 포토라인을 ‘패싱’하며 검찰의 공개소환에 무언의 항의를 한 일을 계기로 나온 점은 입맛이 쓰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직후에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며 ‘수사공보준칙’을 만든 일을 연상케 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데, 높은 분이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잘못된 관행을 손본다는 것은 후진적이다. 공보준칙은 피의사실 공표를 근절하지 못했다. 모쪼록 포토라인 대책은 그렇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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