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 개발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 중인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다. UAE는 연간 강수량이 120mm 내외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이다. 인구 증가에 따른 식수 및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인공강우 프로그램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과도 꽤 있는 편이다. 인공강우 덕분에 2017년 3월 9일 두바이와 알 아인 지역에서 24시간 동안 287mm의 비가 내려 197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인공강우는 강수량이 부족한 지역의 수자원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주로 활용된다. 물의 순환을 자연적으로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생태계 교란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인공강우라 해도 맑고 건조한 하늘 아래에선 무용지물이다. 비구름이 낀 흐린 날씨가 갖춰져야만 인공강우를 시도할 수 있다. 이런 제약 때문에 인공강우를 미세먼지 저감 용도로 사용하는 국가는 드물다. 중국의 경우도 올림픽,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국제행사나 양회(兩會) 등 정치행사 기간 동안 사용하곤 한다. 손님맞이용 파란 하늘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폐쇄시키고 인공강우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태국에서도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를 줄여보려 애쓰고 있으나 몇 년째 별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대기오염이 중국 못지않게 심각한 인도는 인공강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인공강우 기술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날은 대체로 맑고 대기도 건조하다. 25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인공강우를 제시하며 서해상에서 사상 첫 합동 실험을 했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기술력과 노하우가 축적된다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미미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발생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61기에 달하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의미부여용 이벤트 창출에 열심이다. 정부는 국민의 눈을 가리는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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