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너스-리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집에서 떨어진 우리의 집, 인터넷을 창조해주셔서….’
다국적 8인조 밴드 ‘슈퍼오거니즘(Superorganism)’은 지난해 데뷔 앨범 앞머리에 이런 헌사를 실었다.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뉴질랜드계, 10대부터 30대까지 출신도 연령도 다양한 이 여덟 명은 결성 1년 만에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팀이 됐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시킨 콜라주와 패러디 문화의 총아. 동요 같은 멜로디에 생활 잡음과 전자음을 접붙인 음악, 인터넷 유머와 1990년대 비디오게임 이미지를 섞어낸 영상으로 세계 평단과 팬의 찬사를 받았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공연장에서 27일 이들을 만났다. 멤버 대부분은 인터넷 음악 토론 게시판에서 교류하다가 의기투합했다. 지금은 영국 런던의 이스트엔드에서 합숙 중이다.
“슈퍼오거니즘(초유기체)은 개미나 꿀벌같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집단을 뜻합니다. 우리를 이보다 잘 설명할 이름은 없죠.”(해리)
런던 합숙소는 거의 과학 실험실이다.
“부엌에선 영상 담당 멤버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찍는다며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어요. 화장실에선 다른 멤버가 이상한 노이즈를 실험하고, 다른 침실에선 베이스 소리가 울리고 있죠.”(해리)
“미친 과학 교수 집단 같아요.”(비)
공연 때 악기 대신 사과나 셀러리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박자에 맞춰 ‘와자작!’ 씹는 소리를 활용하려고.
“씹어서 소리 좋은 과일을 찾는 것도 일이에요. 사과 전문가가 돼가고 있죠.”(비)
음반에 인근 도로의 자동차 소음, 로켓 발사 소리, 지진 경보 소리도 집어넣었다. ‘느낌이 어떤가요?’ ‘무엇인가 정신에 집어넣으세요!’ 영어 가사를 비집고 튀어나오는 한국어 추임새도 충격적이다. 멤버 솔(soul)의 솜씨다. 한국인 부모를 둔 솔이 한국에서 산 기간은 네 살 때부터 2년이다. 한국 이름은 호얼. “얼이 영혼이니 예명을 솔(soul)이라 지었죠.”
멤버들은 한집에 살면서도 여전히 인터넷으로 소통한다.
“음원 서비스에 멤버들이 함께 쓰는 재생 목록을 만들어 뒀어요. 힙합부터 클래식까지 각자 마음에 드는 음악을 언제든 추가해 다른 멤버들과 공유해요.”(루비)
최근 이 목록에 신중현이 추가됐다. 솔은 “한국 록 대부의 놀라운 음악을 재해석해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저희의 괴상한 노이즈를 듣고 어린 친구들이 비치보이스까지 거슬러 탐구한다면 좋겠어요. 명반 ‘Pet Sounds’(1966년)를 저희 덕에 발견한다면 얼마나 보람차겠어요?”(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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