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끝나가자 회원국 복귀 목소리
작년말 수단 대통령 방문 이어 튀니지 외교장관, 복귀 공개 지지
이란, 시리아와 적극 협력 나서자 아랍연맹, 영향력 확대 차단 나서
시리아도 재건사업에 자금확보 절실
아랍 국가들이 내전이 끝나가는 시리아 정부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3월 튀니지에서 개최될 ‘아랍연맹(AL·Arab League)’ 연례회의에서 시리아에 정식 회원국 자격을 되돌려 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 등은 “튀니지가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시리아는 1945년 결성된 아랍연맹의 창립멤버 7개국 중 하나다. 그러나 아랍연맹은 2011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이유로 회원국 자격을 박탈했다.
케마이스 지나우이 튀니지 외교부 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원래 자리는 아랍연맹에 있다. 다시 포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3월 회의에서 아랍연맹 회원국들이 함께 모여 시리아 복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나우이 장관의 기자회견은 북아프리카 국가를 순방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직후 열렸다. 라브로프 장관도 “튀니지가 시리아의 원만한 복귀를 도와주길 바란다”며 “시리아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러시아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국가들이 시리아를 정상 국가로 인정하고, 관계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지난해 말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시리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아랍연맹 회원국 정상이 시리아를 방문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은 2012년 폐쇄시켰던 대사관을 7년 만에 다시 열며 외교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UAE 측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대사관을 다시 연 것은 형제와 같았던 양국 관계를 되살리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바레인 정부 역시 “시리아, 바레인 관계 개선의 신호”라고 의미를 밝혔다.
8년 동안 이어진 시리아 내전은 단순히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이 아니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려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은 반군을 지지했고 러시아와 이란 등은 정부군을 도우며 병력을 파견했다. 그런데 8년 동안 시리아 정부에 총을 겨눴던 사우디 등 이슬람 수니파 주축의 아랍연맹이 갑자기 아사드 정권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이란의 영향력 억제’다.
시아파 맹주 이란은 시리아 내전이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자 바로 정치 및 경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미 이란은 금융 및 경제개발, 군사 부문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고 내전으로 파괴된 시리아 재건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아랍연맹도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시리아는 지중해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육상과 해상의 교통 요충지이기 때문에 다시 아랍연맹의 편으로 오게 해야 한다.
시리아 정부도 아랍연맹의 ‘돈’이 필요하다. 시리아는 재건 사업에 앞으로 15년 동안 약 4000억 달러(약 448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이란보다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가진 아랍국가의 손을 잡는 게 이익이다.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는 3월 튀니지에서 열리는 30번째 아랍연맹 연례회의에서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현재 공개적으로 반대한 국가는 카타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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