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독점이 깨진 인천∼몽골(울란바토르) 하늘길을 차지하기 위한 항공업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몽골행 항공 운수권 배분 결정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항공기 운항을 통한 더 많은 승객 유치를,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싼 항공료를 앞세우며 몽골 노선을 차지하기 위한 여론전이 한창이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은 신규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 배분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17일 한국-몽골 항공회담에서 1991년 이후 대한항공 단독으로 최대 주 6회(약 1650석)까지 운항하던 몽골 노선을 주 2500석 범위 내에서 2개 항공사가 최대 주 9회까지 운항할 수 있게 바꾸기로 합의했다. 대한항공이 기존처럼 주 6회 운항을 유지하면 두 번째 취항 항공사는 주 3회 노선에 약 850석을 운항할 수 있다.
몽골 노선은 기본 탑승률이 70∼80% 정도로 높고, 성수기에는 탑승률이 90%를 넘는 경우도 많아 수익성이 높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 몽골 노선의 이익률이 다른 노선의 평균 이익률을 크게 웃돌고, 몽골항공의 인천∼몽골 노선 총수익(2008년 7월∼2009년 6월)이 몽골항공 총매출액의 42%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인 셈이다.
LCC들은 몽골 노선을 오랫동안 대형 항공사가 차지해온 만큼 이번엔 LCC가 취항해야 항공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취항한 김포∼하네다 노선을 예로 든다. 온라인 항공권 가격 비교사이트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김포∼하네다 노선의 편도 항공료는 약 29만 원. 반면 같은 기간에 비행거리가 비슷한 인천∼나리타는 LCC가 취항하면서 약 12만 원이었다. 항공업체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들만 들어가는 노선은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는 만큼 LCC가 들어가야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들도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그동안 몽골행 운수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항공사가 취항해도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만 들어갈 때보다 아시아나가 취항하면서 값이 떨어졌다. 몽골도 우리가 취항하면 노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주 최대 2500석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대형 항공기 투입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보다 주 3회, 850석 규모로 늘어난 운수권을 모두 활용하려면 1회당 약 280석 규모의 항공기를 띄워야 한다. 하지만 국내 LCC가 보유한 주력 기종들은 최대 좌석이 약 190석 규모로 3회를 투입해도 모두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항공기를 띄우면 성수기에도 충분한 좌석을 공급할 수 있어 안정적인 가격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CC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에 유리한 조건으로 보이지만 일부 LCC가 몽골행 전세기를 띄운 적이 있는 만큼 가격과 경험적인 면에서 LCC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몽골 항공사들의 모임인 몽골항공운송협회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보다 항공료를 확 내린 한국의 LCC가 들어오면 몽골 항공사의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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