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입구부터 고소한 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넓은 철제 테이블 위에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 색색의 나물을 널어놓은 주방은 하나의 거대한 설 차례상을 떠올리게 했다. 주방 밖 쇠솥에는 상에 올릴 식혜가 팔팔 끓었다. 대형 불판 앞에 선 직원 한 명이 쉴 새 없이 전 부치기와 반죽을 반복했다. 소문난 맛집처럼 분주했다. 24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명절 차례상 대행 서비스업체 ‘다례원’을 찾았다.
1998년 사업을 시작한 다례원은 이 업계의 초기 멤버다. 전주 이씨 영응대군파 종손으로 일 년에 7, 8차례 제사상을 차려야 했던 이성수 대표(60)가 집안 내력을 살려 아예 아내와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사흘에 상 하나를 차릴까 말까 할 정도로 주문량이 적었지만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업도 함께 성장했다. 최근 명절 대목에는 하루에 많게는 30개가 넘는 제사상을 차려야 할 정도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제사나 고사상을 제공하는데 명절에는 평소보다 주문량이 4∼5배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300개 이상의 명절 음식 대행업체가 있을 것으로 이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 고객의 주문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상차림이 부담스러운 여성 고객의 주문이 많았다면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남성들이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간소하게나마 상을 차리려는 기러기 아빠들의 주문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요구에 맞게 상차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통상 8∼10인분의 차례상을 준비하던 다례원은 5년 전부터 고객 요구에 맞춰 2∼3인분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전라도, 경상도식 상차림도 따로 마련했다. 전라도식에는 병어 낙지, 경상도식에는 상어고기 민어 등 지역 특산물을 추가로 상에 올린다. 고객이 요구하는 음식을 함께 준비하기도 한다.
다례원의 설 차례상 가격은 크기별로 적게는 19만 원(2∼3인분)에서 많게는 38만 원(16∼18인분)이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5만4215원, 대형 유통업체 기준 34만9941원이다. 손수 상차림을 준비하는 비용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2016년 온라인 반찬업체 ‘더 반찬’을 인수하며 명절 음식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상차림 외에도 수제모둠전, LA갈비, 갈비찜 등 개별 제품도 판매한다. 대표 메뉴인 수제모둠전의 경우 2017년 설 1800세트, 지난해 2500세트로 40%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설에는 3000세트 이상 판매가 예상된다. 명절 음식의 경우 명절이 되면 평소에 비해 10∼20배 주문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GS25 등 편의점들은 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간편 명절음식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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