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는 숙종 33년(1707년) 평안도에 홍역이 창궐해 1만 명 하고도,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국내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1965년 이전만 해도 홍역은 고열과 함께 열꽃이 피다 때론 생명까지 앗아가는 공포의 감염병이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퇴치국가로 인증받았다. 1983년부터 국가예방접종으로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이 보급돼 발병이 줄어들었으나 돌연 2000∼2001년 5만여 명이 걸릴 정도로 창궐했다.
정부는 초중고교생 580만 명에게 긴급 예방접종을 했고 이후 예방접종률이 98%까지 올라 ‘한국형 바이러스’는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한 달 새 전국적으로 홍역환자가 30명(21일 기준)이나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해외여행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20대 중반∼30대가 주로 걸리는 것도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해 후진국형 질병으로 분류되는 홍역의 귀환(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옴)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발병건수가 세계적으로 30%나 증가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2017년 11월∼2018년 10월 유럽 30개국의 홍역환자는 1만3144명이고 37명이 사망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도 그야말로 홍역을 앓고 있다. WHO는 2000년대 백신에 대한 불신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돼 예방접종률이 떨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20년 전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에 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리면서 ‘안티 백신’ 및 자연면역 운동이 촉발됐다. 연구자가 샘플을 선별하고 뒷돈(은밀히 주고받는 돈)을 받은 사실이 2010년 드러나 논문이 철회됐지만 ㉠여진(큰 지진 후에 일어나는 작은 지진)이 상당하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간이 승기(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천연두 백신 개발 이후인 220년 남짓이다. 하지만 이미 정복한 걸로 여겼던 홍역이 잠깐의 소홀함을 틈타 역습에 나섰다. 더 강해진 바이러스에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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