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기소’ 발표에 美 법무부-상무부-FBI 수장들 총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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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 이틀전 부회장 등 전격기소

매슈 휘터커 미국 법무장관 대행(가운데),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왼쪽),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8일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화웨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화웨이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 부회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이란 제재 위반 및 기술 절도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매슈 휘터커 미국 법무장관 대행(가운데),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왼쪽),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8일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화웨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화웨이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 부회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이란 제재 위반 및 기술 절도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정부가 28일(현지 시간) 중국 최대 통신사 화웨이, 화웨이 자회사 2곳, 창업주의 딸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이들이 산업 기밀을 훔치고, 사법 집행을 방해한 데다 글로벌 은행을 속여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게 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30일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될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 담판을 불과 이틀 앞두고 미국이 ‘초강수’를 둠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 칼날, 화웨이 창업자로 향할까


이날 미 법무부는 두 개 주에서 각각 다른 혐의를 적용해 따로 기소했다.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찰은 화웨이, 자회사 두 곳(화웨이 디바이스 USA 및 이란 자회사 스카이콤), 멍완저우 부회장을 대이란 제재 위반 관련 은행 사기 등 13개 혐의로 기소했다. 서부 워싱턴주에서는 화웨이가 미 이동통신사 T모바일의 스마트폰 테스트 로봇 ‘태피(Tappy)’ 기술을 훔치고 경쟁사에서 기술을 빼내온 직원에게 보너스를 준 혐의 등 10개 혐의를 적용했다.

매슈 휘터커 미 법무장관 대행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 복귀 첫날인 이날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휘터커 대행이 “(범죄 행위가) 최고위층을 향하고 있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멍 부회장의 부친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자의 기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런 회장을 비밀 기소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기소장에 미국 정부가 런 회장을 인터뷰했다는 내용이 담겼고 언론에 공개된 공소장에 피고인 중 적어도 1명 이상의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는 이유다.

○ 멍완저우 인도 둘러싸고 옥신각신

미국은 화웨이 기소에 이어 29일 캐나다에 멍 부회장의 인도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공소장에서 화웨이가 증거 인멸을 시도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새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멍 부회장의 미국 송환 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가 화웨이 직원들이 증인으로 미 법정에 소환되지 않도록 미국 밖으로 출국시키는 데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이는 캐나다의 멍 부회장 인도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혐의”라고 분석했다.

캐나다 법원은 미국이 제기한 혐의가 타당하면 멍 부회장의 인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압박이 워낙 거세 캐나다가 정치적 석방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멍 부회장 체포 후 중국은 자국 내 캐나다인을 범죄 혐의로 억류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이날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캐나다 측에 “얻을 것도 없는데 미국에 이용당해 대가를 치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 무역전쟁 암초 ‘화웨이포비아’

기자회견에 동석한 레이 FBI 국장은 “화웨이 같은 회사는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이중 위협”이라고 했다. 미 정보당국이 29일 화웨이 등 중국 통신회사의 5세대(5G) 통신기술 투자가 세계적 위협이라고 발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 기업의 주요 통신 네트워크에 중국산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도 몇 주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기소는 30일 워싱턴에서 시작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암초다. 미국이 ‘화웨이 카드’로 구조 개혁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는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을 만들어 내겠지만 논의할 사안이 복잡하다”며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중국 시장 접근 등이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을 이끌고 므누신 재무장관, 로스 상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류 부총리를 31일 만난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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