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펴낸 황정은 소설가 “광장에서 목격한 차별-혐오의 기억, 현실감 있게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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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는 신작 ‘디디의 우산’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았으면 한다”고 했다. 황세나 씨 제공
황정은 작가는 신작 ‘디디의 우산’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았으면 한다”고 했다. 황세나 씨 제공
“현실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작품입니다.”

황정은 소설가(43)가 4년 반 만에 펴낸 신작 ‘디디의 우산’(창비·1만4000원). 빨간 바탕에 파란 우산이 그려진 표지가 상큼하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책에 실린 2개의 중편소설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묶는 키워드는 ‘혁명’이다.

두 작품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공간은 ‘광장’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5일 만난 그는 “광장 이전에는 이야기를 쓰는 재미로 소설을 썼는데 광장에서 타인의 삶들을 목격하면서 서로의 삶이 연결돼 있다는 걸 알았다. 그 경험이 소설에 반영됐다”고 했다.

‘d’에서 광장은 단절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우연히 찾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인공 d는 차벽에 둘러싸인 채 막막함을 느낀다. 하지만 작가는 d가 그저 체념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d는 오디오의 진공관을 바라보면서 문득 깨닫는다. 광장에서 느낀 진공 역시 빛과 신호로 채워져 있다는 걸.

“소설을 쓴 2016년 당시에 ‘혁명의 불가능성’과 ‘돌파의 불가능성’을 많이 생각했어요. d처럼 저 역시 낙담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 감정이 전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어요. 진공관에서 빛을 느끼는 순간(마지막 장면)에 이르려고 소설을 썼습니다.”

‘d’가 혁명의 시작을 말한다면 ‘아무것도…’는 혁명 이후를 논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던 날, 주인공인 나는 상념에 빠져든다. 바라던 혁명을 이뤘다고 모두가 환호하는 순간 그가 떠올린 건 배제 혐오 차별의 기억들이다.

1996년 연세대 사태 때 시위대를 연행하던 경찰은 여성들에게 “××는 어떻게 씻었냐. 드러운 ×들”이라 조롱하고, 학교 선배들은 ‘5대 독자’ ‘3대 장손’을 자랑스레 떠벌린다. 구두회사 사무직원으로 일하는 현재의 동료는 나를 ‘K의 작업녀’라 부르며 낄낄댄다.

“광장에서도 여러 층위의 배제와 차별을 목격했어요. 우리 사회에 당연시되는 ‘상식’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폭넓고 진지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요즘 그의 화두는 가부장제, 여성주의, 장애인 인권 문제다. 약자가 배제된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단다. 그는 어떤 작가를 꿈꿀까.

“실재하는 삶을 존중하고 제가 지닌 한 줌 사랑을 유지하는 것. 1순위로 염두에 두는 부분입니다. 제가 경험한 모든 게 소설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황정은 작가#디디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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