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 3년 만에 정상화 물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극제와 관련된 일체의 권한 유상으로 거창군에 넘기는데 합의
내달 7일까지 감정가 산출 완료

4년 전까지 해마다 20만 명 안팎의 관객을 불러 모았던 거창국제연극제. 수승대 수변공원에서 더위를 식히며 공연을 관람하는 독특한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제공
4년 전까지 해마다 20만 명 안팎의 관객을 불러 모았던 거창국제연극제. 수승대 수변공원에서 더위를 식히며 공연을 관람하는 독특한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제공
먼 길을 돌아왔다. 예술과 예산, 기득권과 행정력이 충돌하면서 명성은 추락했다.

국내 최고 최대, ‘아시아의 아비뇽’이라 자부한 거창 국제연극제(KIFT) 얘기다.

경남 거창군의 대표 문화 브랜드이자 국내 최고의 야외공연으로 명성을 날렸던 거창 국제연극제가 3년간 계속된 파행을 끝내고,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30년간 연극제를 주도해 온 사단법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회장 이종일)와 거창군(군수 구인모)은 최근 연극제와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유상으로 거창군에 넘기는 데 합의했다.

상표권과 기여도, 문화적 상품성과 무형의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해 거창군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모든 권한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이례적으로 문화상품의 ‘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양측은 변리사와 공인회계사로 구성된 평가팀을 각각 만들어 감정가를 산출 중이다. 평가 작업은 다음 달 7일까지 마치기로 했다. 거창군은 양측 평가팀이 산출한 감정가의 산술 평균 금액을 진흥회에 지불하게 된다. 진흥회 측 평가팀이 50억 원, 거창군 측 평가팀이 10억 원을 산출했다고 가정하면 60억 원의 절반인 30억 원이 최종 감정금액이다.

양측이 얼마씩을 적어낼지, 순순히 승복할지도 관심사다. 물론 진흥회와 거창군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따르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거창군은 원활한 예산 확보를 위해 군 의회에 보고하고 승낙을 받았다. 군 의회도 “어떤 금액이든 일체의 권한을 (진흥회로부터) 사들이라”고 주문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더 이상 분란이나 말썽 없이 제대로 된 연극제를 개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거창군은 군이 출자한 거창문화재단 주최로 올여름 거창 수승대와 거창읍 일원에서 제31회 거창 국제연극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획과 연출도 진흥회가 아닌 제3의 단체를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군은 특히 진흥회가 유사 연극제를 개최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았다. 합의서에 ‘일체의 권한에 대한 인수인계가 끝난 이후 거창 국제연극제에 저촉되는 연극제를 개최하려면 거창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특약조항을 넣은 것이다.

극단 입체를 이끌어 온 진흥회 이종일 회장은 “누적 부채를 우선 정리한 뒤 극단을 키우고 작품을 만들면서 후진을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거창 국제연극제에 몰두하느라 극단에는 소홀했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장은 진흥회에서 주최해 온 거창 전국대학연극제, 거창 겨울연극제, 거창 실버연극제 등은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2015년까지 2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인기몰이를 하던 거창 국제연극제는 거창군(거창문화재단)과 진흥회가 다투면서 2017년에는 같은 시기에 각각 다른 장소에서 두 개의 연극제가 개최됐다. 연극인과 관객들이 등을 돌렸고 이미지가 떨어졌다. 군민들도 분열됐다. 지난해에는 문화재단이 연극제를 열지 않았고 진흥회도 군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축소해 개최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인모 군수는 ‘거창 국제연극제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번에 ‘문화상품 매입’이라는 파격적인 해법을 마련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거창국제연극제#kif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