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회자되는 ‘반가음식’이란 대체 무엇을 이르는 걸까요? 딱히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궁중음식에 상대되는 단어일 것이고, 양반가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이란 뜻 같습니다. 그렇다면 평민음식이란 말도 있어야 할 터인데 잘 쓰이지는 않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과거 일반 백성들은 김치, 젓갈, 국과 찌개를 제외한 3첩 반상이 기본이고, 중인은 5첩 그리고 양반들은 7첩 반상을 차려 먹었다지만 밤낮으로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시대에 과연 백성들이 그렇게까지 잘 먹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어찌 됐든 이제는 계급 구분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니 반가음식의 의미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제 나름의 정의를 내려 본다면 구하기 어려운 귀한 식재료를 쓰고, 손품이 많이 들어가는 조리 과정을 거쳐, 품위 있는 그릇에 담겨 나오는 전통 음식을 뭉뚱그려 반가음식이라 하면 어떨지요?
그런 기준으로 보았을 때 소의 위인 양 그것도 ‘깐양(양깃머리)’을 이용한 요리도 반가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소의 첫 번째 위를 양, 두 번째를 벌집양, 세 번째를 처녑 그리고 마지막을 홍창 혹은 막창이라 부르는데, 그중에도 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을 떠받치는 근육조직을 통상 깃머리 또는 양깃머리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 부위를 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손질하는 작업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서 음식값의 절반이 품값이라 할 만도 합니다.
소의 양깃머리만을 취급하는 식당은 전통 가옥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주인이나 종업원이 옆에 붙어 직접 구워 주는데, 귀한 양깃머리를 태우거나 지나치게 익히는 우를 방지하기 위함이겠지요. 전통적인 양깃머리구이는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을 발라 굽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마늘을 비롯한 다양한 소스에 저미거나, 가지나 아스파라거스 등을 곁들여 내기에 다양한 변주가 기대되는 식재료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쇠고기는 어떤 부위라도 한우가 최고지만 외국산도 그에 못지않게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양깃머리 부위가 그러합니다. 대개 한우는 건초보다는 특수 사료를 먹여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지만, 되새김질이 많지 않으므로 위의 두께가 얇습니다. 하지만 호주나 뉴질랜드 쪽에서 수입하는 소는 방목하여 풀을 먹이기 때문에 수많은 되새김질 덕에 위의 두께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있는 법입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반추동물의 되새김질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고 결국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는군요. 두껍고 쫄깃한 양깃머리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지구 환경 지킴이를 자처하느냐. 미식가들의 색다른 고민입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수연=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237번길 23. 알리오 양깃머리볶음 3만 원, 양구이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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