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타고 조용한 인기 ‘한국 괴물 백과’ 펴낸 곽재식 작가
18세기 이전 문헌속 282종 수록, 아직 소개 못한 괴물들 많아
삽화도 최대한 기록에 근거해 그려… ‘강철’ ‘무두귀’ 애착 큰 토종 괴물
“구미호와 소복 입은 처녀귀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얼굴까지 가리는 모자를 쓴 ‘단피몽두’, 뼈와 살이 까맣게 탄 ‘야광’, 굶주린 채 보자기를 쓰고 다니는 ‘복기’…. ‘한국 괴물 백과’(워크룸프레스·2만2000원)에 등장하는 우리네 괴물은 282종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30일 만난 곽재식 공상과학(SF) 소설가(37·사진)는 “18세기 이전 문헌에 등장한 괴물만 추렸다”며 “아직 소개하지 못한 괴물이 많다”고 했다.
‘한국…’은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다. 1월 넷째 주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보다 ‘핫’한 반응이다.
“‘돌풍’까지는 아니고 ‘찻잔 속 태풍’ 정도예요. 최근엔 게임 영화 드라마에서 쉽게 환상의 세계를 접할 수 있잖아요? 괴물을 소비하는 독자층이 예전보다 두꺼워진 것 같습니다.”
책은 사전 형식을 취했다. 실감 나는 괴물 삽화와 함께 짤막한 소개글로 구성됐다. 보는 재미와 소장 욕구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괴물의 세계에 눈뜬 건 2007년이다. 작품 소재를 찾을 겸 과거 문헌을 뒤지다가 하나둘 괴물 자료를 채집하면서 ‘재야의 괴물 박사’로 알려졌다.
“드라큘라나 구미호는 식상하잖아요. 다른 한국 괴물들은 알수록 굉장히 신선했어요. 처음 접하는 데다 특징도 뚜렷했죠. 또 문헌에 기록된 내용이라 막연하지 않았어요. ‘영조 때 경복궁에서…’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제목과 만듦새는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원전이 분명한 괴물만 택했고, 삽화도 기록에 근거하면서 최소한의 상상력만 더했다. 고려시대 역사서인 ‘고려사절요’, 18세기 이덕무가 쓴 여행기인 ‘가야산기’ 등 200여 권을 참조했다.
“매력적인 토종 괴물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미디어의 틀에 갇히지 않은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18세기 이전으로 시기를 제한했죠.”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괴물로는 ‘강철’과 ‘무두귀’를 꼽았다. 대표적인 토종 괴물인 강철은 사자와 용을 섞은 모습에 농사를 망치는 괴물로, 1800년대 후반 들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머리가 없는 귀신인 무두귀는 병자호란 이후 자주 언급됐다. 그는 “강철은 이야기 전승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무두귀는 슬픈 시대상을 반영한다”며 “조상들이 머릿속으로 그린 괴물들로부터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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