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민선 단체장 출범 이후 경남도는 ‘도지사 권한대행 산실(産室)’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6명의 권한대행이 지사직을 수행한 기간만 2년이 넘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도지사의 대선 출마가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한 명의 대통령도 배출하지 못했다. 도정(道政)은 자주 흔들렸고,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1995년 초선, 1998년 재선, 2002년 3선에 성공한 김혁규 전 도지사가 2003년 12월 중도 사퇴하면서 당시 장인태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이 됐다. 이듬해 정당을 바꿨던 김 전 도지사는 국무총리 꿈이 좌절됐고, 대선에는 나서지도 못했다. 장 도지사 권한대행은 2004년 6월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사표를 냈고, 다시 행정자치부에서 내려온 김채용 행정부지사 체제로 전환됐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2010년까지 도정을 수행했던 김태호 전 도지사는 유일하게 임기를 채웠다. 그는 그 뒤 국무총리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김두관 전 도지사는 취임 2년여 만인 2012년 7월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위해 그만뒀고, 임채호 행정부지사가 2012년 12월 19일까지 권한대행을 맡았다. 김태호, 김두관 전 도지사는 대선 예선에서 탈락했다.
2012년 1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로 들어온 홍준표 전 도지사는 2014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 나서기 위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그는 4월 9일 심야 사퇴를 통해 보궐선거를 무산시켰다. 이후 장기간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면서 그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류순현 행정부지사의 권한대행에 이어 지난해 민선 7기 출범 전까지 한경호 권한대행이 1년 가까이 도정을 맡았다.
이번에 다시 김경수 도지사가 법정 구속되면서 박성호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이 됐다. 지난해 8월 13일 부임한 박 권한대행은 김해 출신으로 경찰대(5기)를 졸업하고 행정고시(35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31일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도민, 도의회에 협조를 당부하고 실국장들에게도 흔들림 없는 업무 수행을 주문했다. 평소 직원들과 소통을 잘하면서 발걸음이 빠른 박 권한대행이 얼마나 조직 관리를 잘할지가 관심사다.
김 도지사가 사퇴해 보궐선거(올 4월 3일)가 생기거나 항소심에서 ‘멍에’를 벗고 조기 복귀하지 않으면 경남도는 당분간 권한대행 체제로 꾸려 나가야 한다. 경남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민선 단체장 5명 가운데 4명이 중도 사퇴하거나 법정 구속되는 ‘흑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도정 연속성, 현안 사업 추진 등에서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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