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카카오와 3파전 형성
“해외매각땐 국내업계 경쟁력 약화”, 10조추정 넥슨 몸값 조달여부 관건
업계, 국내게임산업 위기 넘겨 안도… “텐센트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 가능”
넷마블이 31일 넥슨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최근 카카오가 “넥슨 인수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으로는 두 번째 인수 의사 표명이다.
이날 넷마블은 “넥슨은 한국의 주요 자산이다. 만약 해외에 매각된다면 한국 게임업계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면서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두 달간 넥슨 인수를 치밀하게 저울질한 끝에 나온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게임회사들에 넥슨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우선 넥슨은 해외 각국에 유통되고 있는 다량의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가 확실한 기업이다. 대표적인 IP인 ‘던전앤파이터’만 해도 매년 중국(텐센트)에서 로열티로 약 1조 원을 거둬들인다. 게다가 국내 1위 게임업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의미도 크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넥슨 인수의 유력한 후보자로 카카오와 넷마블을 꼽아왔다. 전사적으로 수익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카카오로서는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아직 자체적인 히트 IP를 갖추지 못한 만큼 넥슨 인수로 단숨에 IP를 확보할 수 있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넥슨의 IP를 직접 입점시켜 플랫폼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도 크다.
모바일 게임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넷마블로서는 넥슨이 확보한 해외 유통 채널을 통해 자사 IP의 해외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
문제는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넥슨의 몸값이다. 업계 추정치로 두 회사의 현금성 자산과 매각 가능한 증권 등을 모두 합해도 자금 동원력은 5조 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에 세계 IT업계의 큰손인 중국의 텐센트가 인수 1순위 후보로 거론된 이유도 이 막대한 매각 대금을 국내 IT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이든 카카오든 넥슨 인수 자체만 놓고 보면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면서도 “다만, 인수 자금 마련을 두고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거나 사모펀드 등을 동원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넥슨 인수전에 국내 주자 두 곳이 추가되면서 게임업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국내 1위 게임업체가 해외 자본이나 사모펀드에 넘어가 한국 게임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이 그나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카카오와 넷마블의 인수전 참여로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국내 게임 개발자의 해외 유출 등 위험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도 “두 회사의 자금 사정을 감안하면 텐센트를 전략적투자자(SI)로 끌어들일 수 있지만 어쨌든 넥슨이 완전히 해외 자본에 넘어갔을 때보다는 나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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