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어제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1·2위이자 수주 잔량 세계 1·2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지면 초대형 글로벌 1위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번 빅딜로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 ‘빅3’ 체제가 ‘빅2’로 전환하는 조선업 구조개편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부터 산은 관리 하에 있던 대우조선이 19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 민영화에 첫발을 뗀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방식에서 탈피해 민간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에 큰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M&A는 의미가 크다.
인수가 성사되면 한국 조선업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저가 수주, 출혈 경쟁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앞선 기술력에 ‘규모의 경제’까지 실현되면 원가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싱가포르 등 후발주자의 거센 위협을 완벽하게 따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강성인 양사 노조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두 회사의 주력사업이 겹치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선사 1·2위의 합병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해 글로벌 반독점 이슈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동안 대우조선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13조 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갈 길을 잃은 채 곳곳에서 잡음을 낸 적이 많았지만 민간 주도의 조선업 재편은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인수가 마무리되기까지 민간 주주의 책임경영을 통해 여러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조선 강국 코리아’를 재건할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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