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잘못된 정치리더십이 유럽 망쳐”
노딜 브렉시트 대비책 마련 돌입
유럽연합(EU) 수뇌부 및 주요 인사들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재협상 요구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영국과 EU 27개국 정상이 어렵게 만든 합의안을 정치적 이유로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팽배하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은 지난달 30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영국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영국의 방식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됐다. 영국의 잘못된 정치 리더십 때문에 유럽 전체가 망가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벨기에에서 열린 브렉시트 관련 대책 회의에서도 성토가 쏟아졌다. EU 의회 브렉시트 협상 담당자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영국 의회는 지난 2년간 끝없는 토론과 끝없는 수정안을 내놨지만 결국 달라진 게 없다. 우리도 지쳤다. 차 마시고 비스킷만 먹지 말고 제발 일 좀 하라”고 꼬집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합의안이 최선이라고 지난해 11월, 12월, 올해 1월에도 말했다”며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대체 영국 의회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제 투표로 영국이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최대 논란인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한 안전장치)’ 조항이 원래 메이 총리 본인이 주장한 안이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 ‘본인이 백스톱 조항을 넣을 때는 언제고 보수당 내 강경파 등이 반발하자 이제 와서 백스톱 조항 수정을 요구하느냐. 아전인수(我田引水)의 극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EU 의회 내 우파 그룹을 대표하는 독일 엘마어 브로크 의원은 “백스톱은 영국이 제시해 놓고 갑자기 이를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친(crazy)’ 상황이 벌어졌다”며 “노딜 브렉시트의 최대 피해자는 영국”이라고 경고했다.
EU는 이날 회의에서 설사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도 EU 내 학생 교류 프로그램 ‘에라스뮈스’를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는 등 노딜 브렉시트 대비책 마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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