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처럼 비상시 승객대피 도와… 장거리 남성승객중 동의 거쳐 맡겨
4월부터 일반실 ‘1C좌석’ 배정… 일각 “안전책임 일반인에 떠넘겨”
고속열차(KTX)에도 항공기의 비상구 좌석처럼 비상 상황 발생 시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의 탈출을 돕는 좌석이 마련된다. 지난해 12월 군인과 일부 승객들이 다른 승객의 대피를 도왔던 KTX 강릉선 탈선 사고를 계기로 마련된 철도안전 강화 조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런 내용을 담은 ‘KTX 승객 대피 도우미 운영계획안’을 최근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코레일은 3월 중 일부 KTX에서 도우미 좌석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4월 1일부터 모든 KTX로 확대할 방침이다.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와 준고속열차(ITX), 수서발 고속열차(SRT)는 해당되지 않는다.
도우미 승객은 KTX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승무원과 함께 다른 승객의 대피를 돕고, 탈출로 확보와 화재진압, 응급환자 구호에도 참여한다. 도우미 승객의 자리는 KTX의 일반실 객차 ‘1C’ 좌석으로 열차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객차 뒷문에서 가장 가까운 오른쪽 통로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특실은 도우미 좌석 운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스마트폰 티켓 예매 애플리케이션(앱)인 ‘코레일톡’에서 열차 출발 1시간 전까지 KTX 승차권을 예매하는 만 20∼50세의 남성 중 도우미 역할을 맡는 것에 동의한 승객에게 이 자리를 판매한다. 코레일은 도우미 승객이 종착역 도착 전에 내리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서울·광명∼부산·목포’ 같은 장거리 이동 승객들에게 도우미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도우미 좌석 예매 승객들에게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와 승무원 설명 등으로 도우미 역할에 대해 안내한다. 승차권 가격의 5%인 KTX 마일리지 적립률이 도우미 승객에게는 10%로 높아진다. 실제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면 KTX 승차권 2장이 지급된다.
상업운행 중인 열차 안에서 안전 비전문가인 일반 승객들이 도우미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항공기와 달리 불특정 다수가 정차역마다 내리고 타는 철도 교통의 특성상 도우미 승객의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1964년 개통한 일본 고속철도 도카이도(東海道) 신칸센은 지금까지 승객에게 안전 책임을 분담시키는 좌석을 운영한 적이 없다. 운영사인 JR도카이 관계자는 “열차 내 경비인력 증원과 경찰과의 협력 등으로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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