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군비확산 경쟁 움직임
美 “러 위반사항 시정 안하면 탈퇴”… 中겨냥 “새 군사조약 협약” 언급도
러 “美가 어겨… 신무기 개발 착수”, 中은 핵 항모 4척 추가건조 계획
미국이 1987년부터 유지됐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체제에서 탈퇴할 뜻을 밝힌 데 이어 러시아도 대응에 나서면서 각국의 군비 확산 경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INF 탈퇴 의사를 밝히자 러시아는 새 지대공 순항미사일 및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추진 계획으로 ‘맞불’을 놨고, 프랑스 독일 등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은 1일 러시아의 INF 위반을 지적하며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하는 모든 미사일, 발사대, 관련 장치를 파괴하지 않는다면 6개월 후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1987년 12월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INF는 양국 간 사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탄도 순항미사일의 생산,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어 5일 연두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중국과 다른 나라를 포함해 다른 형태의 군사조약을 협상할 수 있다”며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모든 나라보다 군비에 더 많은 돈을 쓰고 더 많은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조약 불이행에 초점을 두었지만 결국 중국과 다른 나라를 감안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염두에 두고 나섰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5일 모스크바에서 “2019∼2020년 해상 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 ‘칼리브르’의 지상 발사 형태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며 “지상 발사형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두 미사일은 INF 조약에 따라 개발이 금지돼 왔다.
조약을 누가 위반했느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미국은 이미 INF 협정을 위반하고 사거리가 500km 넘는 지상 발사 형태 미사일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의 INF 탈퇴 언급 하루 뒤인 2일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신무기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5일 “하루 전 라팔 전폭기 편대를 동원해 핵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형태의 핵무기 ‘ASMP-A’의 핵탄두를 제거한 장치를 탑재한 라팔 전투기들은 북서부 생디지에 기지에서 출격해 남서부 랑드 지방의 표적을 타격했다. 프랑스 언론은 이례적 훈련 공개가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 대응책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을 갖춘 SSBN급 핵잠수함 4척을 비롯해 총 3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세계 3위 핵 강국이다. 매년 35억 유로(약 4조5000억 원)를 핵무기 유지 보수에 투입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핵무기 현대화에 매년 50억 유로(약 6조4000억 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영국 BBC는 “진짜 군비 경쟁은 유럽이 아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군비 확대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 해군력에 도전장을 낸 중국은 2035년까지 핵추진 항공모함 4척을 추가 건조해 최전선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랴오닝함과 001A함 등 두 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디젤추진 항공모함인 002A함 건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최소 6척의 항공모함 전단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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