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헤커 “北 영변폐기 진심이라면 매우 큰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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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평가
“제재완화 상응조치 협상가들 몫… 회담 결렬상황 이해하려는 중”
제안 거부한 트럼프 평가는 보류


서방 과학자로는 가장 최근인 2010년 방북해 영변 핵시설을 직접 본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박사·사진)은 하노이 회담 후 북-미 간 교착 상태와 관련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전체를 폐기(dismantle)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 핵 전문가들의 참관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큰 제안(big deal)”이라고 말했다.

현존하는 미국 내 최고의 북핵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통하는 헤커 박사는 18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도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상응해) 어떤 제재 완화 조치가 주어져야 하는가는 협상가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100% 영변 핵시설 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기한다면 큰 제안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에서 영변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고 반박하는 등 북-미 사이에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영변 핵시설이 북한 전체 핵 능력의 70∼80%가량을 차지한다고 보는 헤커 박사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영변의 5MW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을 이용해 지난 1년간 핵무기를 추가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헤커 박사는 이어 “내가 (회담)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반대급부로 주어져야 했는지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 여전히 회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행 상황을 이해하려는 중”이라고도 했다. 미국에서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헤커 박사도 현 상황에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계속 대화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헤커 박사는 영변 핵 시설을 총 네 차례 방문한 바 있으며 마지막 방문이었던 2010년에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도 참관했다.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북핵 프로그램의 막대한 규모와 북-미 간 신뢰 부족을 고려했을 때 비핵화에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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