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에 맡긴 의전, 잇단 ‘외교 망신’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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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순방 중 외교결례 속출 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중 인도네시아어(語)로 잘못된 인사를 한 것에 대해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누적된 외교 결례에 대한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의전 실수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한두 번도 아니고 누적된 실수는 청와대의 의전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는 말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로 비(非)전문가의 중용이 꼽힌다. 정부 출범 이후 조한기 제1부속실장, 김종천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의전을 맡아 왔지만 모두 대선 캠프 출신으로, 외교·의전 분야의 경험은 없다. 대통령 국내외 행사 실무를 맡았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역시 행사 기획 경험은 많지만 의전 분야에 몸담은 적은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계속된 의전 실수에 대해 “뭔가 집중력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가욋일’에 집중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주 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도 디지털미디어소통센터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고민정 부대변인의 하루를 담은 동영상, 공식 사진이 아닌 이른바 ‘B컷 사진’ 등을 SNS에 올렸다. 돌발, 파격을 선호하는 현 청와대의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상 행사를 준비하는 의전팀이 가장 기피하는 것이 돌발과 파격”이라며 “외교 의전은 형식을 잘 갖춰서 국격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내외도 아닌 청와대 직원들이 밥 먹는 모습, 행사 준비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우리가 이렇게 고생합니다’라며 홍보하는 게 맞는 일인지 내부적으로 우려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수행단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SNS 담당 인력 등이 늘어나면서 의전, 외교, 기록 등 꼭 필요한 업무를 맡는 인력이 줄어든다는 불만도 있다.

청와대는 처음으로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인 박상훈 의전비서관을 최근 임명했다.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에서는 박 비서관이 아닌 조 부속실장이 문 대통령 옆에 탔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옆자리는 부속실장이 타고, 의전비서관은 바로 뒤에 있는 차를 탄다"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외교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의 기류가 의전 프로토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된 의전 결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의전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탁 전 선임행정관의 후임에 홍희경 전 MBC C&I 부국장(49)을 임명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홍 선임행정관은 MBC 자회사인 C&I에서 이벤트 PD 등으로 일하며 공연 전시 축제 등 각종 행사를 기획·연출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정부#아마추어 의전#외교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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