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어머니 헤어린트 카스너가 이달 초 별세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1세. 독일 주간지 주퍼일루가 10일 카스너의 사망을 처음 알렸으며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이후 이를 확인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총리와 가족의 사적 영역이라 존중해 주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카스너의 장례식은 메르켈 총리가 유년기를 보낸 브란덴부르크주 템플린에서 가족 등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어머니를 잃은 후에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에도 참석하는 등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메르켈 총리는 2011년 아버지 별세 때도 거의 모든 일정을 진행했다.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가족을 잃은 모든 사람은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1928년 현재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태어난 카스너는 서독 함부르크에서 개신교 신학자 호르스트 카스너를 만나 1952년 결혼했다. 카스너는 1957년 남편을 따라 임지인 동독 템플린으로 건너갔다. 당시에는 동서독 국경이 완벽하게 봉쇄되지는 않았다. 라틴어와 영어 교사였던 카스너는 80대 후반의 나이에도 지역 사회교육원에서 주 3회 영어를 가르쳤다고 일간 빌트는 전했다. 카스너는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연합(CDU)과 경쟁하는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지역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카스너 부부는 템플린에서 여생을 마쳤다.
카스너는 항상 딸을 응원했다. 카스너 부부는 2005년 총리 취임식과 2014년 메르켈 총리의 60번째 생일 등에 모습을 보였다. 올해 2월 메르켈 총리가 템플린시민상을 받았을 때 행사장에 참석한 게 딸과의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됐다. 메르켈 총리와 카스너는 사이가 돈독했다. 메르켈 총리는 평소 어머니에게 자주 전화했고 2011년 메르켈 총리의 아버지가 별세한 뒤에는 더 각별하게 어머니를 돌봤다. 지난해 카스너가 넘어져서 다쳤을 때 메르켈 총리는 바쁜 공무 중에도 짬을 내어 극진하게 어머니를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EU 회원국 정상들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1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10월 31일까지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영국이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6월 1일 경제적 안전장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해야 한다. 10월 31일 전에도 영국 의회가 EU 탈퇴 협정을 승인하면 브렉시트는 발생한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영국이 6개월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EU는 미국에도 악랄한 무역 상대다. 상대방이 물어뜯기 전에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며 EU를 공격했다. 미국과 EU는 관세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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