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화재 48시간 지난 시점, 위로-단결-화합 의미 담아 타종
英웨스트민스터 등 해외서도 동참… 파리 대주교 “성당 다시 일어설 것”
복구책임자에 조르줄랭 前총장… 전문가 “안전점검 2~5년, 복원 15년”
장미창 연결 구조물 화재에 손상
“이런 연대감은 마치 마법 같다. 성당 종소리가 많은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17일 오후 6시 50분(한국 시간 18일 오전 1시 50분)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탄 지 꼭 48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나디아 파스카시오콩트 씨는 AP통신에 “슬프지만 아름다운 울림”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같은 시각 파리 몽마르트르의 사크레쾨르 성당을 비롯해 동부 랭스, 북쪽 루앙까지 프랑스 내 93개 대성당이 일제히 종을 울렸다. 화재에 대한 위로, 단결, 화합의 의미가 담겼다.
○ 세계도 한마음
노트르담 대성당을 주관하는 미셸 오페티 파리 대주교는 이날 전국 사제들에게 “기도를 부탁한다”며 종을 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오후 미사에서도 “사랑하는 대성당이 무릎을 꿇었지만 성당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다가오는 부활절에 우리는 부활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미사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 안 이달고 파리시장, 성직자 600여 명,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했다. ‘프랑스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손실을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면서 프랑스의 엄격한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뜻하는 ‘라이시테(La¨icit´e)’를 넘어선 대화합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성당도 동참했다. 1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앞 수도원에서 종을 울렸고, 17일 폴란드 크라쿠프 대성당도 가세했다. 18일에는 영국 대부분 성당에서 종을 울리기로 했다. 17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오페라하우스는 프랑스 삼색기를 걸었고,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역시 삼색 조명을 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문제로 대립해오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화한 뒤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에 전문가들을 지원해 돕겠다”고 밝혔다.
○ 첫발 내딛는 ‘거대한 도전’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5성장군 출신 장루이 조르줄랭 전 참모총장(70)을 복구 책임자로 임명하며 5년 안에 대성당을 복구하기 위한 대장정에 시동을 걸었다. ‘5년 내 복구’ 목표는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조차 “거대한 도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방 당국은 성당 전체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으나 아직 추가 붕괴 가능성이 남아 실내 조사는 시작하지 못했다. 성당 내부 장미창들도 간신히 보전됐지만 연결 구조물이 고열로 인해 취약해져 교체가 필요한 상태로 알려졌다.
보존 건축가 피에를루이지 페리콜로는 잡지 인록스 인터뷰에서 “안전성 점검만 2∼5년, 복원 작업은 1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구에 참나무 3000그루가 필요하며 복구 작업을 할 석공, 목수 등 전문 장인만도 450명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게 상당수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1905년 이전에 지어진 모든 프랑스 대성당 93개 중 83개가 국가 소유다. 국가가 소유한 대성당은 민간 보험회사의 보험을 들지 않고 국가가 모든 위험 및 피해 복구를 책임진다. 모든 재건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명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는 르피가로에 “재건 비용으로 10억 유로(약 1조2800억 원)는 들 것”으로 추산했다.
프랑스 정부는 별도의 기금 조성과 관련한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개인당 기부액 1000유로(약 128만 원)까지 75% 세금을 면제해 기부를 장려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기업, 개인 후원금만 약 9억 유로(약 1조1520억 원)에 달한다. 다만 일부 대기업이 국가적 비극을 틈타 이미지 세탁과 세금 회피를 노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뉴욕타임스(NYT)는 1억 유로 기부를 약속한 럭셔리브랜드 케링그룹 일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장자크 아야공 전 문화장관이 “세액 90% 감면”을 제안하면서 세금회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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