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묻지마 살인’]민갑룡 청장 빈소찾자 유족들 분통
“주민 호소에 관할 아니라며 뒷짐, 사람 죽어야 조치… 말이 현실이 돼”
“우리 엄마 상태가 안 좋아져서 지금 긴급 수술 들어가야 한대요. 어떡해요, 우리 엄마.”
18일 오전 9시 45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 전날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 거주자 안인득 씨가 휘두른 흉기에 희생된 사촌동생 최모 씨(19·여)의 빈소를 지키던 A 씨(31·여)가 다급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최 씨와 함께 안 씨에게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어머니 강모 씨(54)가 입원해 있는 경상대병원에서 “어머니 상태가 위중하다”는 연락이 온 것. A 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기자에게 “어떡해요” “어떡해요”를 연발하며 당황했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차에 올라탔다.
이날 오후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찾아왔다. A 씨의 남편은 민 청장에게 “장모님이 5번이나 경찰에 신고를 해도 조치가 없어서 ‘사람이 죽어야 조치를 해주겠느냐’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강 씨는 아랫집에 사는 안 씨가 집에 오물을 투척하고 위협적으로 시비를 걸어와 무섭다며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5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계도 조치하는 데 그쳤다.
유족들은 위험한 행동을 일삼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느슨한 관리에 한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한 유족은 민 청장에게 “안 씨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받던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해도 ‘이건 우리 관할이 아니다. 자료를 더 가져오라’는 말만 했다”며 “차라리 범인을 잡아오라고 해라. 경찰이 뭐 하는 거냐”며 따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17일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불만을 쏟아냈다. 숨진 최 씨의 어머니는 “할 말이 없느냐”는 진 장관의 물음에 “내 자식 살려내면 된다. 할 말은 그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진 장관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사람이) 죽은 다음에 오면 뭐 할 건가. 필요 없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진 장관과 민 청장은 유족들에게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해당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앞으로 하겠다, 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 대답해 달라”며 정부와 경찰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경남지방경찰청에 진상조사팀을 꾸려 안 씨 관련 신고 처리와 현장 조치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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