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취가 정국의 미묘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정치 보복 중단”을 명분으로 사면 등을 통한 이른바 ‘박근혜 석방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죗값을 덜 치렀다”며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동시에 여야 모두 박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은밀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박근혜 석방론’은 16일 밤 12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게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17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렇게 오랫동안 구금된 전직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고, 몸도 아프시다”고 했고 18일엔 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이 24개월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은 24개월을 넘어가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황 대표는 지난주 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에게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2년은 징역 2년이 확정된 공천 개입 사건과 갈음이 가능하며 나머지 사건들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방안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는 방안 △모든 형이 확정된 뒤 사면을 받아 석방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한국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나는 시기를 놓고서는 다양한 말이 나온다. ‘12월 성탄절 사면설’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나온다면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며 “총선에 임박해서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날 경우 야권은 고스란히 분열될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선 석방하려면 미리 해서 예방주사를 맞는 게 낫다”고 말했다. ‘보수 빅텐트’의 완결판을 만들어야 할 연말에 대한애국당 등 친박 세력이 풀려난 박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삼아 몸집을 키우는 건 한국당으로선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는 얘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론 사법부의 판결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스탠스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는 순간 박근혜 정부가 저질렀던 ‘국정 농단’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박 전 대통령의 반성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또는 석방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여권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변수가 총선 정국에 끼칠 영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석방한다면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많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 대통합 메시지로 보수 표를 조금이나마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야당이 요구한다고 박 전 대통령을 풀어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전직 대통령 석방은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정치적 파장 등 현실적인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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