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불행을 이처럼 잘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현재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사정은 과거의 내가 어느 시간을 잘못 산 대가라는 말이다. 어리석음이 죄라며 과거가 현재에 잘못을 묻는다. 그렇다면 과거의 시간이 현재의 시간에 보복을 다할 때까지 불행은 계속돼야 하는가. 신도 인간이 회개하는 순간 그의 모든 죄를 기억에서 지워 버린다는데, 잘못된 역사는 제로베이스로 돌려야 한다.
책략이 뛰어난 나폴레옹은 독서광이었다. 어딜 가든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전쟁터까지도 책을 싣고 문관들을 데리고 다녔다. 말 등에서도 책을 읽었을 정도다. 그는 권위보다 박학다식하고 교양 있는 풍모로 더 인기를 누렸다. 주거 공간은 의외로 소박했으며 늘 책에 묻혀 지냈다. 누군가 그를 두고 천재라고 말했을 때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 늘 책을 읽고 생각하며 지혜를 구하고, 다가올 일들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둬서 그렇다고 했다. 과거 나폴레옹의 한 문장이 오랜 시간을 지나 현재 나에게 이르렀다. 우리는 저마다 한 문장으로도 깊은 소통을 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문장은 계속 살아서 움직일 것이다.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 말을 되새김질하며 살아갈 힘을 얻듯 명문장의 힘은 의외로 세다.
인간의 삶은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모여 긴 일생으로 이어진다. 청춘인 줄로만 알았던 나는 이순을 바라보는 때에 이르러서야 과거의 내가 현재와 미래를 관류하며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못 보낸 시간이 폭풍이 되어 몰아칠 때면 온몸으로 맞으며 현재를 견딘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준비는커녕 늘 허겁지겁 살다가 이 모양이다. 그러나 덕분에 삶의 심층을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깊이 이해하면 안도하고 평안을 얻게 된다. 나폴레옹의 이 명언은 현재의 나를 가장 강력하게 때린 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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