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무승 2패 부진서 대변신… 무안타-무득점 한화 타선 봉쇄
폭포수 같은 커브로 탈삼진 13개… 프로야구 14번째 대기록 달성
삼성 16득점으로 화끈한 축하
삼성 투수 덱 맥과이어(30)가 뿌린 128번째 공이 한화의 마지막 타자 최진행의 방망이를 헛돌게 한 순간, 포수 강민호가 펄쩍 뛰며 포효하는 맥과이어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곧이어 동료들이 뛰어와 물세례를 퍼부으며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한국 프로야구 38년 역사상 14번째 노히트노런 대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은 이렇게 그려졌다.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2016년 6월 30일 두산 보우덴(당시 30세)이 NC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후 1025일 만이다. 삼성 투수로는 1990년 8월 8일 이태일이 롯데를 상대로 사상 첫 신인 선수로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이후 29년 만이다.
맥과이어가 9회까지 아웃카운트 27개를 잡는 동안 한화의 방망이는 맥없이 헛돌았다. 이날 1루를 밟은 한화 타자는 단 3명. 1회 1루수 러프의 실책으로 출루한 호잉과 3회 볼넷을 얻어낸 오선진, 8회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한 김태균. 맥과이어는 얼굴에 땀범벅을 하고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128번째 마지막 공은 시속 149km(직구)를 찍었다. 이날 맥과이어가 던진 최고구속은 150km. 8, 9회에도 커브는 폭포처럼 휘었고 한화의 방망이는 속절없이 허공만 갈랐다. 맥과이어는 삼진 13개를 낚았다.
특히 삼성에 맥과이어의 이번 노히트노런은 특별했다. 삼성이 갖고 있던 ‘최다 삼진, 최다 점수 차 노히트노런 패배’ 기록을 30년 만에 지워줬기 때문이다. 삼성은 1989년 7월 6일 해태 선동열에게 삼진 9개를 빼앗기며 노히트노런 기록을 내주고 10-0으로 완패했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 노히트노런 경기 중 가장 큰 점수 차이자 가장 많은 삼진을 내준 경기로 남아있었다. 맥과이어가 이 기록을 모두 바꿨다. 13탈삼진은 역대 노히트노런 경기 사상 최다 탈삼진인 동시에 올 시즌 모든 경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탈삼진이다. 삼성 타선은 러프의 1점 홈런(6회)을 포함해 안타 23개를 몰아치고 16점을 쓸어 담으면서 ‘역대 최다 점수 차 노히트노런 승리’ 기록을 맥과이어에게 선물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공대에 진학한 후 처음 야구를 시작한 맥과이어는 이번 노히트노런을 계기로 ‘야구인생 2막’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2010년 토론토에 지명되어 하이싱글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7년 신시내티에서 메이저리그 출전 기회를 처음 잡았다. 2년간 빅리그 27경기에 출전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한 맥과이어는 지난해 11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맥과이어는 지난달 23일 개막전 선발로 나서 3과 3분의 2이닝 동안 8안타(3홈런)를 얻어맞으며 7점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16일까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56을 기록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이날도 부진할 경우 2군에 내려보내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노히트노런으로 평균자책점을 4.73으로 뚝 떨어뜨리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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