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이후 대미(對美) 비난 릴레이에 앞장선 북한 외무성이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18일에는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이, 20일에는 최선희 제1부상이 각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두고 비난을 쏟아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의 신뢰를 등에 업은 외무성이 김영철이 이끄는 통일전선부를 제치고 미국과의 핵 협상 헤게모니를 틀어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은 김영철이 주도했다. 전통적인 대미 협상창구였던 외무성은 거들 뿐이었다. 지난해 6월 1차 회담 때도 북핵 수석대표급 실무협상에서 최 부상이 나서긴 했지만 의제를 조율한 건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이었다. 2차 회담에서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소속 대미정책특별대표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상대하면서 ‘외무성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외무성이 다시 힘을 쓰게 된 건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리용호 외무상과 최 부상은 하노이 현지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의 ‘입’을 자처했다. 특히 최 부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한 뒤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하고 국무위 위원으로 발탁됐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아직 통전부가 물러났다는 증거는 없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상무조가 외무성을 중심으로 꾸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외무성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흐름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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