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겸 캘리그래퍼 정주환 원장
학원 운영하며 66년째 글씨와 동행… 수제맥주 상표 ‘소원’ 만들어
“붓을 잡으면 지금도 잡념이 싹”
“캘리그래피도 법서(法書)를 제대로 익히고 나서 써야 좋은 글씨가 나오지 않을까요.”
서울 종로에서 66년째 한국서예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예가 평강 정주환 원장(86)은 16일 이렇게 말했다.
캘리그래피는 좁은 의미로는 서예와 같은 말이다. 동양의 전통 캘리그래피인 서예는 수천 년 동안 발전해왔고, 현대 들어서도 전문 서예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서예를 배운다. 정 원장은 “서예는 글씨의 아름다움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정서를 순화하고 심성을 아름답게 해 준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정 원장은 어릴 적부터 명필로 소문이 나 학교 상장이나 명정(銘旌·장례에 쓰는 기), 비문을 도맡아 썼다고 한다. 상경해서도 정부 인쇄홍보물에 들어가는 글씨를 쓰다 학원을 운영하게 됐다. 초기 학원 이름은 한국서예디자인학원이었고 서예 강습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공업·상업 디자인을 모두 다뤘다. 정 원장은 1세대 캘리그래퍼인 셈이다.
그는 최근 제자의 소개로 한반도의 화합과 평화를 염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수제맥주 ‘소원’의 상표 캘리그래피를 써 주기도 했다. ‘소’자는 평창 올림픽의 스키 종목에서, ‘원’ 자는 무릎 꿇고 아이를 안은 부모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남북코리아미술교류협의회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1991년부터 남북 작가들의 공동 전시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날 서예학원생이 많을 때는 300명에 이르렀고 대학과 회사로부터 출강 요청이 이어졌다. 학원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수십 년째 다니는 이들이 있고, 젊은이들도 꾸준히 문을 두드린다. 정 원장은 “지금도 붓을 잡으면 잡념이 사라진다”며 “인격 도야와 아름다움의 창조를 겸하는 서도(書道)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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