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연쇄 폭탄테러
외국인 여행자 많은 호텔서 ‘쾅’… 게스트하우스-주거시설도 폭탄
中-터키 국적 등 외국인 35명 숨져… 스리랑카 경찰 “용의자 3명 체포”
열흘전 조짐 파악하고도 못막아… 교황 “기독교 공동체와 함께할 것”
스리랑카의 부활절 아침을 끔찍한 선혈로 물들인 대규모 연쇄 폭발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테러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찰은 21일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용의자들은 같은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사건 장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배후 단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배후를 자처한 단체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테러 조짐을 열흘 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푸지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경고문에는 “급진적 이슬람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 주재 인도 대사관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고를 했는데도 21일 오전 8시 45분경 콜롬보 성안토니오 성당에서 첫 폭발을 포함해 총 8번의 폭발이 스리랑카를 뒤흔들었다.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 폭발은 오전 9시경 ‘테이블 원’ 카페에서 발생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 높은 대형 호텔이다.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숙박한 17층에도 폭발이 느껴졌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목격했지만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썼다. 시나몬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 식당에서 자살 폭탄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콜롬보 외곽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동 주거시설에서 차례로 폭탄이 터졌다.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주거 시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당국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207명이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외국인은 35명이며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는 “스리랑카에 1000여 명의 한국 국민이 체류하지만 확인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피해 발생 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서버도 차단했다. 미 CNN방송은 “스리랑카 정부가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학생 안전을 고려해 24일까지 휴교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인 부활절에 비보를 전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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