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와’ 고안한 교수, 아베에 일침 “日국민 전후 70년간 평화 지켜와
지금은 어려운 국면 펼쳐지고 있어 과거 전쟁 정당화에 만요슈 악용”
아베, 야스쿠니 제사에 공물 봉납… 중의원 보궐선거 2곳 자민당 패배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90·사진) 오사카여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군국화에 대해 경고했다. 나카니시 교수는 20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은 종전 후 70년간 어떻게든 군국화를 막아 왔다. (앞으로도) 군국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장기 집권하면서 우경화 및 군국주의 성향을 보이는 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나카니시 교수는 새 연호를 설명하며 “국가와 국가 사이에 ‘와(和)’가 있는 상태, 그것이 평화다. 레이와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전후 약 70년간 일본 국민은 자국의 군국화를 그럭저럭 막아낸 덕분에 평화를 지켜 왔지만 지금 어려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며 평화를 강조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도자는 (주변국과의 안보 문제를) 걱정할 수 있지만 결코 넘으면 안 되는 성스러운 선(線)이 있다. 그 선은 일본이 군국화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일본이 한반도 등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점령한 역사가 있다. 그러한 참혹한 역사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레이와의 출전인 일본 고대 시가집 만요슈의 일부 시가(詩歌)가 일제가 일으킨 전쟁 당시 일왕을 위해 죽는 것을 미화하는 데 사용됐다’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국서(國書)에서 새 연호를 인용하려는 아베 정권의 자세가 반영됐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나카니시 교수는 “전전(戰前)의 일본은 전쟁을 성전으로 정당화했다. 거짓이었지만 그런 일본적 특성을 보여주고 싶은 세력에 만요슈가 이용당했다”고 경계했다.
나카니시 교수 같은 지식인의 우려에도 아베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1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의 봄 제사 첫날인 21일 ‘내각 총리대신’ 이름으로 공물 ‘마사카키(眞신)’를 바쳤다. 신사 제단에 바치는 화분 형태의 제구(祭具)다. 일본 정부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최종심 패소에도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 당국자 회의에서 한국에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해제를 재차 요청하기로 했다.
한편 21일 오키나와 3구와 오사카 13구에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모두 집권 자민당 후보의 패배가 유력하다고 교도통신이 20일 전했다. 오키나와 3구에서는 야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야라 도모히로(屋良朝博) 무소속 후보가, 오사카 13구에선 지역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후지타 후미타케(藤田文武) 후보가 각각 자민당 후보를 눌렀다.
자민당이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2016년 교토 3구 선거 이후 처음이다. 도쿄신문은 “야당과 정치 결전을 벌일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정권 내에서 위기감이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20일 오사카 13구 현장을 방문해 자민당 후보 지지 연설을 했음에도 패해 충격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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