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상흔이 계급 갈등이란 새 불씨로 옮겨붙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유류세 인하’ 등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선 ‘노란 조끼’가 성당 재건에 거액 기부금을 내놓는 부유층에 거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AFP통신, AP통신 등 외신이 20일 전했다.
이날 파리, 몽펠리에, 툴루즈 등 프랑스 곳곳에서 약 2만8000명이 노란 조끼 시위의 23번째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에는 “노트르담에는 모든 것을, 불쌍한 이들에게는 무엇을?”이란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불평등을 묘사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란 프랑스어)’을 인용한 문구다. 유명 작가 올리비에 푸리올도 트위터에 “위고는 기부에 나선 이들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같은 일을 해주길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는 “노란 조끼에게 10억 유로를”이란 팻말도 흔들었다.
이들은 “‘노란 조끼’의 불평등 완화 요구를 몇 달째 묵살하다 대성당 복원에만 관심을 보이는 부유층의 위선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적으로 시작된 집회는 이날 오후 폭력적으로 변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도로의 자동차, 쓰레기통, 바리케이드 등을 불태웠다. 상점 유리창 파손 및 약탈도 잇따랐다. 경찰도 최루탄 발사 및 일부 시위대 체포로 맞섰다.
시위대는 당초 이날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파리 경찰서장은 “수천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라 적절하지 않다”며 불허했다. 대성당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파리 소방인력 중 일부가 시위대의 불을 끄는 ‘촌극’도 빚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재계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성당 화재가 국민화합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효과가 커지고 있기 때문. 대성당 복원에 2억 유로(약 2560억 원) 기부를 약속한 명품회사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잘못된 논쟁”이라며 “공중의 이익을 위해 한 일이 비판받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르피가로 등이 보도했다. 1억 유로 기부를 약속한 프랑수아앙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도 “정부에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부유층의 잇단 거액 기부가 세금 회피 용도가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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