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핸드볼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부산시설공단의 창단 첫 통합우승이 확정된 순간, 경기 중 상대 선수에게 얼굴을 밟혀 오른쪽 눈 주변이 벌겋게 될 정도로 치열한 경기를 치른 에이스 류은희(사진)의 얼굴에 기쁨과 함께 아쉬움이 스쳐갔다.
이날 경기는 류은희에게 한국무대 고별전이었다. 오래전부터 유럽무대 진출을 꿈꿨던 류은희는 다음 시즌부터 프랑스 리그에 뛰어든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2011년 오성옥이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활약한 이후 8년 만이다. 국내 핸드볼 여제로 불리며 부산시설공단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고 개인 통산 3번째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그는 “오랜 꿈이었고 더 이상 미루면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큰 무대에서 더 발전해서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별전에서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류은희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상대 수비가 틈을 내주면 9m 먼 거리에서 어김없이 강슛을 던졌고, 상대 수비가 밀착수비를 하면 이미경(7점), 함지선(6점) 등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었다. 8득점 8도움, 팀 득점 60%에 관여한 맹활약이었다. 류은희를 앞세워 전반전부터 점수 차를 16-10으로 벌린 부산시설공단은 후반전에는 여유롭게 ‘대관식’을 준비했다. 후반 들어 내내 5점 내외로 앞서며 SK의 두 시즌 연속 우승 꿈을 좌절시켰다.
우승을 향한 끊임없는 투자가 부산시설공단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다. 2016년 10월 인천시청의 ‘우승 청부사’ 류은희 영입을 시작으로 부산시설공단은 심해인, 권한나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매년 영입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 개막 전 1순위 지명권을 얻어 185cm 장신 강한나를 영입하는 행운도 얻었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어벤저스’라 불리며 정규리그 1위를 질주했다. 시즌 도중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자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던 국가대표 출신 이미경과 미국 대표팀 출신의 외국인 케티까지 영입해 빈틈을 메웠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SK는 뒷심이 아쉬웠다. 팀 공격 1위 유소정이 플레이오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챔프전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고, 박성립 감독까지 1차전을 앞두고 경추를 다쳐 벤치를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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