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이 손상된 사람, 특히 소리를 청각신경에 전달하는 달팽이관 기능이 심하게 떨어진 사람은 ‘난청’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치매 발생과 사고 위험도 높다. 이런 환자에게 소리를 되찾아주는 치료가 바로 인공와우 수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55만 명이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를 되찾았다. 국내에서도 1만여 명 정도가 이 수술을 받았다. 난청 치료와 인공와우 수술 전문가인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함께 ‘톡투 인공와우’를 진행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자세히 알려 달라.
▽최병윤 교수(이하 최 교수)=일반인들은 보청기와 헷갈려 한다. 인공와우는 보청기와 전혀 다르다. 보청기는 소리를 단지 물리적으로 증폭시키지만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의 기능, 즉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인공와우 수술은 1960년 초 미국에서 시작돼 역사가 길다. 처음엔 성인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돼 영유아들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자=인공와우 수술은 어떨 때 받나.
▽최 교수=달팽이관 속에는 소리를 전기자극으로 바꾸는 유모세포가 있다. 유모세포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경증 난청의 경우 보청기를 사용해 충분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유모세포 기능이 거의 소실될 정도로 심한 난청은 보청기를 통해 아무리 소리를 증폭해도 그 증폭된 소리가 전기신호로 바뀌지 않는다. 이 경우 달팽이관, 그중에서도 유모세포 기능을 대신해 주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 현재 대부분 병원에서는 뇌파 및 각종 청력 검사 등을 통해 수술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최 교수=맞다. 정밀의료란 특정 질병에 대해 한 가지의 표준적인 치료나 약물을 고집하던 기존의 의학개념과 달리 유전정보, 생활습관 등 개인 건강정보를 토대로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를 적용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다. 주로 암 환자에게 암 발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정보를 파악해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에 맞는 항암 치료를 선택할 때 활용한다.
흥미롭게도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 대상이 되는 난청은 그 절반 이상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원인 유전자를 파악하면 난청의 진행과 경과는 물론 보청기 혹은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를 예측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자=난청도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이전에 비해 보다 최적화된 난청의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최 교수=그렇다. 난청 환자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오직 임상적인 정보만으로 난청 치료를 결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밀의료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자=최근엔 인공와우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어서 잔청(청력이 남아있는 상태)이 꽤 있는 경우에도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다.
▽최 교수=처음에는 잔청이 전혀 없는 심도난청인 성인을 대상으로만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유아, 소아 심도난청 환자의 한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이 허용됐다. 최근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들의 양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와우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서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제대로 말귀를 알아듣기 힘든 잔청 환자를 대상으로도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환자의 경우 사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난청의 원인과 경과에 대해 미리 파악을 하는 것이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인공와우 대상 환자를 선정할 때 유전자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기자=선천성 난청인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경우에도 인공와우 수술 여부와 시기 결정에 유전자 검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최 교수=인공와우 시술과 관련해 유전자 정보를 미리 아는 것이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준다. 대표적으로 ‘청각신경병증’이 그렇다. 신생아 1000명 중 1명꼴로 난청을 가진 채 태어나는데, 이 중 8%가 청각신경병증이다. 청각신경병증은 귀 안으로 들어온 소리가 청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장애가 발생해 난청을 일으킨다.
이런 선천성 청각신경병증은 드물게 저절로 호전이 되거나 어느 정도 잔청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치료와 치료시기를 두고 논란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천성 청각신경병증은 대부분 ‘오토프(OTOF)’라는 유전자 변이와 큰 연관이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면 최대한 빨리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게 언어발달에 유리하다.
▽이 기자=개인 유전자 정보가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좋은 정보를 줘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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