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봉쇄로 유가 급등세… “OPEC 증산 안되면 힘겨운 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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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산 원유 전면수입금지 파장
트럼프 “사우디 등이 보충할 것”… 국제금융센터 “공급부족 심화”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나서면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수도
일각 “美기업 실적은 좋아질 것”

“전면적이고 새로운 이란 원유 제재로 인한 원유 공급량의 차이를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다른 회원국들이 그 이상으로 보충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한국 등 8개국에 적용했던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5월 2일부터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백악관과 국무부의 발표 이후 트위터를 통해 원유 공급 부족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시장에서 국제 유가는 3% 가까이 급등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 베네수엘라-리비아-이란 3대 악재 터져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공급 차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란 원유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3개국의 공급 차질 규모는 세계 공급의 1.6%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작년 고점(서부텍사스산원유·WTI 76.41달러, 브렌트유 86.29달러, 두바이유 84.22달러)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증산에 나설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셰일 원유는 걸프만 정유소에 최적화된 중유보다 가벼워 석유제품 생산 증대에 한계가 있다. 팩츠글로벌에너지의 이만 나세리 이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UAE가 이란 제재로 사라진 원유를 하루 100만 배럴 대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럴 경우 원유 시장의 다른 위기나 비상 상황을 위한 생산 여력은 거의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의 40% 안팎을 사가고 있는 최대 고객 중국의 제재 준수 여부와 최대 자금줄인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의 반발도 변수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이란 협력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법에 따르고 있으며 이는 존중돼야 한다”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반대했다. 이란은 미국이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OPEC 증산 실패하면 소비자 고통 증가

지난해 하루 12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한 OPEC와 러시아 등 ‘OPEC+(플러스)’가 6월 회의에서 6개월 만에 감산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한 달 전보다 22센트 오른 갤런당 2.84달러로 집계됐다. 2014년 이후 처음 ‘갤런당 3달러’ 시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OPEC+가 증산에 실패하면 소비자들은 유가 인상으로 힘든 여름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유가 상승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비타 서브라매니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미국 주식 및 계량전략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은 기업 이익에는 좋다”며 원유 가격 인상을 ‘양날의 검’으로 설명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이란봉쇄#opec#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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