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너무 오만하게 타성에 젖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잘못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사법연수원 16기·수감 중) 공판에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17기)은 이렇게 말했다.
임 전 차장의 후임으로 2015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한 이 전 실장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놓고,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와 접촉한 과정을 주로 질문했다.
이 전 실장은 2016년 임 전 차장 등과 함께 조태열 당시 외교부 차관을 만났을 때 “임 전 차장이 조 전 차관에게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중 (강제징용 사건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차관이 2015년 외교부 의견서 초안을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 전 실장은 “‘뭐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생각했다. 나중에 받고선 제목만 보고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전 차장은 의견서를 검토해서 외교부에 돌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조 전 차관을 만나기 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 조사 당시 이 전 실장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전 실장은 2013년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을 불러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관련 소송의 경위를 듣게 한 사실을 법원행정처 근무 때는 몰랐다고 증언했다. 다만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고는 이유 여하 불문하고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또 “외교부와 비공식적으로라도 의견을 나눴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변명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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