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기타 코드에 숨겨진 ‘비밀의 코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기타 초심자에게 ‘코드’는 고문… 레너드 코언 등 명가수들 노래엔
잡힐듯 말듯한 은유의 메시지

2019년 4월 23일 화요일 흐림. 1도-4도-5도.
#312 Jeff Buckley ‘Hallelujah’(1994년)

‘비밀의 코드가 있다고 들었지/다윗이 연주해 신을 기쁘게 했다는/근데 당신, 음악 그렇게 안 좋아하잖아, 아니야?’(레너드 코언 ‘Hallelujah’에서)

얼마 전부터 K에게 통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삶에서 ‘코드’라는 말을 이렇게 자주 쓰게 된 게 참 오랜만이다. 많게는 1시간에 30번은 쓰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화음으로서 기타 초심자에게 ‘코드’는 고통의 주문이다.

‘자, C 코드로 시작해서 Am로 가야지. 그리고 Em…. 아, 손가락이 그렇게 가면 안 되지.’

압권은 ‘F’다. 단 한 개의 손가락으로 기타줄 여섯 개를 전부 힘주어 눌러야 하는 F는 유격훈련으로 치자면 ‘PT(체조) 실시!’만큼이나 악랄한 단어다.

“C장조에서 1도, 4도, 5도는 C, F, G 코드”라고 말하다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원곡은 레너드 코언. 요절한 싱어송라이터 제프 버클리(1966∼1997·사진)의 버전으로 더 유명한 곡, ‘Hallelujah’다.

노래는 ‘비밀의 코드’ 이야기로 시작한다. 놀랍게도 진짜 코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코드는 이런 식이랬지/4도, 5도. 그리고 마이너로 떨어졌다 메이저로 올라가는/어리둥절해진 왕은 할렐루야를 작곡했지.’

이 곡의 조성(調性)은 C장조다. 가사에서 각각 ‘4도’ ‘5도’ ‘마이너’ ‘메이저’를 언급할 때 실제로 기타는 거기 꼭 맞는 화음들, 즉 ‘F’ ‘G’ ‘A마이너’ ‘F메이저’로 이행한다. 이 부분이 이 노래의 숨은 보물이자 압권이다.

다윗, 삼손, 델릴라 등 성경 속 인물과 일화가 등장하지만 노래는 일차원적인 종교 찬양곡이 아니다. 1984년 발표 뒤 최근 나윤선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재해석한 배경에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대단히 은유적인 메시지가 있다.

같은 C장조로서 ‘Hallelujah’와 비슷한 코드로 만들어진 곡은 많다.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도 그렇다. ‘Don’t Look…’에서는 ‘E7’ 코드가 잠깐 등장하는 부분이 ‘Fm’보다도 어둡게 노래의 가장 음습한 구석을 스케치한다.

‘Hallelujah’에서도 바로 ‘E7’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 코드의 배경색 위로 쏘아올린 노랫말의 불꽃은 여기선 ‘부서진(broken)’이다.

‘사랑이란 승리의 개선 행진이 아니지/그것은 차가운, 부서진 할렐루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레너드 코언#기타 코드#비밀의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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