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적자국채까지 발행
경기대응-민생경제에 4조5000억, 실업급여 8214억 추가지원
불법폐기물-제로페이 예산도 포함… “이것저것 쓸어넣은 잡탕” 지적
미세먼지 감축과 경기 침체 대응을 이유로 정부가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를 위해 현 정부 들어 처음 3조6000억 원 규모의 적자 국채까지 발행하기로 했지만 공기를 깨끗하게 하고 성장률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2019년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추경안’을 의결했다. 현 정부 들어 추경은 2017년 일자리 추경(11조 원)과 2018년 청년일자리 추경(3조80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다.
○ 정책 실패 추경으로 ‘땜질’
추경안에 따르면 정부는 미세먼지 대응에 1조5000억 원, 산불 대응 시스템 강화 등 안전 투자에 7000억 원, 경기 대응 및 민생경제 지원에 4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규모를 기존 15만 대에서 40만 대로 늘리고 건설기계 엔진 교체 규모를 기존 1500대에서 1만500대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소방헬기 1대를 추가 지원하는 등 총 940억 원을 투입한다.
경기 대응 예산은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수준이다. 산업위기특별대응지역 지정을 연장하면서 1011억 원을 들여 1만2000명을 공공 희망근로에 투입하고 지역 기반 인프라 투자에 약 2650억 원을 추가하는 식이다.
실업급여는 10만7000명에게 8214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추경 단일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실패를 추경으로 땜질하는 셈이다. 인문사회 분야 대학 시간강사 연구비로 280억 원을 편성한 것도 마찬가지다. 방학 중 임금 지급, 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 등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 대량 해고 사태가 예고되자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 필리핀서 오는 불법폐기물 처리비까지 넣은 ‘잡탕’
추경에 미세먼지 대책, 민생 대책, 성장률 방어 대책은 물론이고 일반 예산 소요 대책까지 모두 쓸어 담다 보니 ‘잡탕’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당초 의도했던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10조 원 이상 투입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보다는 적절한 곳에 제대로 예산을 배정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추경에는 필리핀에서 돌아오는 폐기물 등 불법폐기물을 대집행하는 예산 314억 원, 제로페이 확대 예산 76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불법폐기물 처리는 추경이 아닌 예비비로 쓰는 게 바람직하고 ‘제로 실적’ 논란이 있는 제로페이에는 굳이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하는지 논란이 많다.
성장률 제고와 관련해선 수출 기업에 대한 보증이 2640억 원 책정됐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수출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지만 기존에도 무역금융으로 235조 원을 공급하기로 한 터라 일선 현장에선 ‘옥상옥(屋上屋)’ 격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 적자 국채를 약 3조6000억 원어치 발행하기로 했다. 현 정부 출범 뒤인 2017년과 2018년 연속해서 추경을 편성했지만 모두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한 세계잉여금으로 추경을 했다. 올해 세계잉여금은 약 629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이 39.5%로, 당초 예상인 39.4%보다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6∼2018년 38.2%를 유지했던 국가채무 비율이 1년 만에 1.3%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확대에 드는 예산은 1조8000억 원 규모로 직접 일자리 창출 규모는 7만30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22조9000억 원이 편성된 상황에서 2조 원에 못 미치는 추가 예산 투입으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실업급여를 포함해 소상공인을 위한 융자 자금 확충, 실업자 생계비 대부 지원 확대 등 일시적 지원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4월에 추경을 한다는 것은 결국 올해 경기 예측과 예산안 편성에 오류가 있었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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