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두’ 20주년, 박찬호가 소환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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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다저스 시절 세인트루이스전 타티스, 전무후무한 기록 만들어
올해는 루키 아들이 6홈런 맹위

1999년 4월 23일 금요일 저녁. 주말을 맞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다저스타디움에는 4만6687명이 운집했다. 세인트루이스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다저스의 마운드를 지킨 투수는 한국인 빅리그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던 박찬호.

피홈런 9이닝당 0.65개로 당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96명 중 상위 10걸에 들고 있던 이 우완 투수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좋지 못했다. 2회까지 실점하지 않은 채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등판한 박찬호는 첫 타자 대런 브래그에게 우전 안타, 다음 타자인 에드가르 렌테리아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고 세 번째 타자 마크 맥과이어에게 또 안타를 맞았다.

운명의 네 번째 타자는 페르난도 타티스. 볼 두 개를 얻은 이후 세 번째 공을 노리고 휘두른 타티스는 왼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자신감 넘치던 투수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볼넷과 실점, 그리고 또 홈런. 타자 일순. 3회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15번째 타자’ 맥과이어는 뜬공으로 잡았지만 이미 모든 베이스는 또 꽉 들어찬 상황. 스코어는 어느 새 2-7. 3회에만 투구수 42개째. 그리고 이 상황에 올라온 ‘16번째 타자’는 또 타티스. 투구 5개가 추가되면서 풀카운트. 그리고 박찬호가 던진 회심의 87번째 마지막 공은 또다시 타티스의 방망이 끝에 걸리며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3회에 11점을 빼앗긴 다저스는 이날 5-12로 졌다.

‘한만두’로 회자되는 이 ‘한 이닝 만루홈런 두 개’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리고 공식 기록이 남아있는 전 세계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할 일이다. ‘한만두 사건’ 20주년을 맞아 MLB.com은 20년 전 이 경기를 재조명하면서 대기록의 주인공 타티스의 아들을 소개했다.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지금까지 타율 0.291에 홈런 6개를 만들며 활약 중이다. 공교롭게도 이 중 두 개가 지난해까지 SK에서 뛰던 메릴 켈리에게서 나왔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한국과 인연 있는 선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한만두#박찬호#페르난도 타티스#타티스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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