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1유로 급식’ 정책에… 지자체 “재원대책도 없이” 발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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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빈곤해결 차원서 도입 논란
정부 “차상위 계층 아동 10만명 대상 동등한 학습권 보장 차원서 추진”
지자체 “정부 2유로 지원은 턱없어… 재원 마련 어렵고 급식 질 떨어질것”

프랑스 정부가 가난한 학생들에게 아침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점심 급식비를 단돈 ‘1유로(약 1280원)’만 내도록 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고 르피가로 등이 24일 보도했다. 르피가로 등은 급식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원 마련 및 급식 질 저하를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미셸 블랑케르 교육장관과 크리스텔 뒤보스 보건부 부장관은 22일 “올해 600만 유로(약 77억 원)를 들여 차상위 계층 아동 10만 명을 대상으로 무상 아침 급식을 실시하겠다”며 “이달 말까지 이들이 점심을 ‘1유로’만 내고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 10명 중 한 명이 빈속으로 학교에 오면 식사를 든든히 먹고 온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블랑케르 장관은 하루 뒤 파리 북서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아침식사를 했다. 메뉴는 빵, 초콜릿 우유, 과일 주스, 버터와 잼이었다고 BFM-TV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빈곤 대책’ 해결 차원에서 추진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아이는 부모의 부와 상관없이 동등한 학습권을 누려야 한다. ‘1유로 급식’은 아이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돈’이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정부는 한 끼 식사비를 4.5유로로 계산하고 끼니당 2유로를 보조하기로 했다. 반면 상당수 지자체는 “식재료 외 음식 준비 및 감독 인건비, 운영비를 포함하면 실제 비용이 10유로가 넘는다. 2유로 지원으로는 시행이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파리 등 재정이 풍부한 대도시가 정부 지원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중소도시도 불만이다. ‘1유로’ 정책은 가구 소득에 따른 급식비 차등을 전제로 하는데 대부분 중소도시에는 아예 차등화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 파리에서는 학부모 소득을 10단계로 나눠 가장 낮은 등급의 아이들은 끼니당 0.13유로(166원)를, 최고 소득 등급은 7유로(약 8960원)를 급식비로 낸다. 이에 상당수 중소도시가 “‘1유로’ 정책을 시행하려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 집안 출신 학생들의 급식비를 더 올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급식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 근교 릴라의 리오넬 베나루스 부구청장은 “우리는 급식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데 1유로 정책을 실시하면 유기농 재료를 못 쓴다”고 지적했다.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에서는 “소아 비만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급식 확대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두둔했지만 반박도 많다. 올리비아 이크스 파리 2구 부구청장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온 아이들이 학교에서 또 먹으면 오히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차라리 그 돈을 유기농 재료를 사고,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는 데 쓰자”고 주장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1유로급식#빈곤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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