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41세 여오현, 코트에만 서도 후배들이 배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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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까지 현역으로 뛰어줬으면” 19년 배구동지 최태웅 감독 ‘압력’
“필요할 때 잘해야죠, 프로니까” 여 코치, 변함없는 플레이 자신

25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여오현 선수 겸 코치가 청계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 감독은 “여 코치가 가능한 한 오랜 기간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다면 한국 배구계에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5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여오현 선수 겸 코치가 청계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 감독은 “여 코치가 가능한 한 오랜 기간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다면 한국 배구계에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세터와 리베로로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두 선수가 있다. 둘은 19년이 지난 지금도 한솥밥을 먹으며 팀을 ‘밥 먹듯’ 우승으로 이끌고 있다. 2018∼2019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43)과 여오현 플레잉코치(41)가 그들이다.

최 감독과 여 코치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삼성화재에서 선수로 함께했다. 둘이 한 코트에 섰던 11년간 실업 슈퍼리그와 프로 V리그를 포함해 삼성화재가 우승을 놓친 시즌은 두 번뿐이다.

2010년 최 감독이 당시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화재에 영입된 박철우를 대신할 보상 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면서 둘의 인연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3년 뒤인 2013년, 여 코치는 FA 자격을 얻으면서 최 감독을 따라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여오현이 최태웅을 못 잊어 현대로 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혼의 콤비’는 두 사람 모두 지도자가 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최 감독은 불혹이 되기도 전인 39세 때 감독에 취임하자마자 ‘플레잉코치’ 자리를 만들어 여 코치를 앉혔다. 최 감독이 내린 임무는 두 가지. “선수로서 최소 45세까지 현역으로 뛰어라, 그리고 코치로서 후배들의 기둥이 돼라.”

여 코치는 이 요구에 모두 부응했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는 모든 세트를 소화하며 후배들을 다독이고 우승을 견인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을까. 2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여 코치는 장난스레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해 줘야 할 때 잘하는 게 프로잖아요!”

같이 웃던 최 감독은 “여 코치는 올해 유난히 부상에 시달렸던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잔부상도 없었던 선수”라고 칭찬했다. 신현석 단장도 “여 코치가 훈련하는 걸 보면 손목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뛴다”고 거들었다.

선수이자 코치가 약속을 지키고 있으니 감독과 팀이 화답할 차례였다. 최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여 코치가 팀과 3년 계약(연봉 1억 원)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 여 코치는 “3년이라는 말을 듣고 다른 조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인했다”며 또 웃었다. 3시즌을 더 뛰면 여 코치는 44세가 된다.

모든 팀이 세대교체를 외칠 때 최 감독만은 ‘노장’에게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 최 감독은 “여 코치 같은 ‘살아있는 전설’이 많아질수록 젊은 선수들이 더 힘내서 뛰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때 ‘삼성화재 왕국’을 온몸으로 지켜냈던 둘은 19년이 지난 지금 ‘최연소 감독’과 ‘최고령 선수’가 됐다. 그리고 ‘현대캐피탈 왕조’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최태웅#여오현#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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