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여아 학대 숨지게한 위탁모 1심 재판부, 징역 17년 중형 선고
대법 양형 권고 기준 넘어선 판결 “징역 6∼10년, 국민 법감정 못미쳐”
‘학대’ 돌보미 자격정지 2년으로… 내달부터 선발때 인적성 검사
“일하는 엄마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위탁받아 양육하는 사람들의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2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생후 15개월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기소된 위탁모(베이비시터) 김모 씨(39·여)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양형 권고 기준을 넘어서는 중형이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 기준은 학대 정도가 중해도 징역 6∼10년에 해당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생후 15개월 된 A 양을 돌보다 지난해 10월 육아스트레스가 크다며 주먹과 발로 A 양의 머리와 엉덩이 등을 수시로 때렸다. 식사도 제대로 챙겨 주지 않아 A 양의 체중은 크게 줄었다. 지속적 폭행과 학대를 당한 A 양은 그달 21일 온몸에 경련 증세를 보였지만 김 씨는 A 양을 32시간이나 방치했다. 자신의 학대 행위가 병원에서 발각될까 두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뇌의 80%가량이 손상된 상태였다. A 양은 2주간 연명치료를 받다 숨졌다.
수사 결과 학대는 A 양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김 씨는 자신이 돌보던 생후 6개월 된 B 양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얼굴을 담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등 학대했다. 또 생후 18개월 된 C 군을 목욕시키다 일부러 뜨거운 물에 닿게 해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공분을 느끼고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내고 있다.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이 깊은 좌절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 더 이상 일하는 엄마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 내내 눈물을 흘리던 A 양의 가족과 친척들은 재판부가 “이곳에서 아픈 기억을 잊고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며 판결을 내리자 오열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이날 ‘안전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위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달 초 서울 금천구에서 한 아이돌보미가 생후 14개월 된 아이를 학대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조치다.
개선대책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는 아이돌보미를 선발할 때 인·적성 검사를 실시해 부적격자를 걸러낸다. 또 아이돌보미 면접 때 쓸 ‘표준매뉴얼’이 마련된다. 특히 돌보미 면접 시 아동학대 예방 관련 전문가 1명을 반드시 포함시킬 방침이다.
폐쇄회로(CC)TV 같은 감시용 카메라 설치에 동의하는 아이돌보미가 우선적으로 영아 대상 서비스에 배치된다. 다만 돌보미를 둔 가정에 카메라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은 인권과 사생활 침해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이번 대책에는 담지 않았다.
아동학대 처분도 강화된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행위를 적발했을 때 즉시 시행되던 ‘아이돌보미 활동 정지’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자격정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로 늘어난다. 또 아동학대 확인 시 내려지는 자격정지 기간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아동학대로 벌금형이나 실형을 받을 경우 내리던 자격취소 처분은 기소유예나 보호처분을 받았을 때로 확대해 5년간 아이돌보미로 활동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기존 2시간에서 4시간으로, 현장 실습 교육은 10시간에서 20시간으로 각각 두 배로 늘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