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촌스러움이 주는 가치, 마음속 추억을 들추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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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부산 ‘갬성 여행’|

감천문화마을은 1∼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마을에 입주한 작가들이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1∼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마을에 입주한 작가들이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봄, 당신의 ‘갬성’이 터진다. 갬성은 보편적인 단어인 ‘감성’을 대신해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감각적이고 각자에게 특화된 개성 있는 정서를 표현하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감성보다 ‘좀 더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이런 자신들의 갬성을 충전시키기 위해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갬성 여행’을 떠나고 있다. 꼭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좋다. 나의 갬성을 후벼 파줄 수만 있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최근 부산은 낙후된 지역에 문화와 예술을 입힌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들은 예스러움과 새로움, 촌스러움과 세련됨, 추억과 미래 등이 꽤 매력적으로 씨줄과 날줄이 엮이듯 어울려 있다.

전포카페거리는 서울의 성수동을 떠올리게 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낡은 공구상가들이 몰려 있었다. 쇠락한 도시의 뒷골목으로 남겨져 있다가 2009년부터 젊은 소상공인들이 허름한 빈 점포를 빌려 가게를 열기 시작했다. 300여 개의 전자, 전기 공구상가와 170여 개의 갬성 가득한 카페와 식당, 수공예점들이 한데 어울려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색적인 장소가 됐다. 2017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세계 명소’ 52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천문화마을은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였다. 집들은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주거 형태를 띠고 있다. 2010년 주민협의회가 설립돼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재개발, 재건축 대신 공방, 예술창작공간, 카페 등이 들어섰다. 지난해 257만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장소가 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마을을 걷다 보면 한복을 입은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역 바로 맞은편에 있다. 이바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뜻한다. 삐뚤삐뚤 가파른 골목과 집들이 부산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걷다 보면 요즘에는 많이 사라진 초등학교 문방구 등 정겨운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방문객의 체력을 시험했던 168계단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부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골목 곳곳에 있다.

버려진 폐공장이었던 ‘F1963’은 부산시와 고려제강이 2016년부터 개조해 전시관, 공연장, 서점, 카페가 어우러진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공장의 녹슨 철골구조나 커다란 기계가 그대로 남아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주말에는 하루 4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부산 시민들에게 ‘힙한’ 장소로 인기가 높다. 야외에는 대나무숲 산책로와 야외 및 실내정원 등 친환경 공간으로 꾸며졌다.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문화마을은 피란민의 역사와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소박한 마을이다. 절벽 위에 만들어진 마을로 가파른 경사 위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멀리서 보면 하얀색 집들과 담장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한다. 한쪽으로 바다가 펼쳐진 절벽 위의 좁은 흰 담장길(흰여울길)을 걷다 보면 1km가 짧게 느껴진다. 마을 뒤편의 큰길과 세로로 이어진 14개의 골목들도 저마다의 운치가 있다.

○ 여행정보

가는법 △F1963: 부산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지하철 3호선 망미역 4번 출구 금호주유소 정류장에서 2번 마을버스를 타고 산정아파트 정류장 하차. 여유롭게 즐겨보길 권한다.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전시관에서 미술 작품도 관람하고, 서점에서 책도 읽으면서. △감천문화마을: 사하구 감내2로 203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 지하철 1호선 토성역 6번 출구 부산대병원 암센터 앞에서 마을버스 사하1-1, 서구2, 서구2-2를 타고 감정초에서 하차. △초량 이바구길: 동구 초량상로 49. 지하철 1호선 부산역 7번 출구에서 옛 백제병원으로 이동. 길이 꽤 복잡해 보이지만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 모노레일도 좋지만 걸어서 168계단을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전포카페거리: 부산진구 동천로 92. 지하철 서면역 6번 출구로 나와 롯데시네마 방면으로 이동.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흰여울문화마을: 영도구 영선동4가 1044-6. 지하철 1호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와 버스 7, 71, 508번을 타고 영선동 백련사 하차. 흰여울문화마을은 절영해안산책로와 연결된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영도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맛집 △원조본전돼지국밥: 부산에서 손에 꼽히는 돼지국밥집으로 칼칼한 부추김치를 넣어 먹으면 좋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배추김치도 일품. 돼지국밥 7000원, 수육백반 9000원. 동구 중앙대로 214번길 3-8. △원조개금밀면: 1966년부터 고구마 전분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한 밀면을 만들어왔다. 밀면·비빔밀면 6000원. 부산진구 가야대로 482번길 9-4.

감성+ △책: 부산을 쓴다(정태규 외) 부산을 대표하는 작가 28명이 부산의 명소를 한 곳씩 배경으로 삼아 썼다. 부산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음악: Mr.Blue Sky(Electric Light Orchestra)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며 당신의 ‘행복 갬성’을 충전시켜 준다. 뉴트로 사운드는 덤이다.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2013년)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고 김영애 씨가 운영하는 국밥집의 배경으로 설정된 흰여울문화마을이 나온다.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어딜 가도 ‘갬성’ 풍부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중장년층 천천히 걷다 보면 추억이 떠오른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낙후된 곳에 예술과 문화를 입힌 생생한 도시재생 사례들.
 
부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감성 여행#부산 여행#감천문화마을#돼지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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